[천자 칼럼] 클리셰 효과

입력 2017-04-10 17:32   수정 2017-04-13 17:55

[ 고두현 기자 ] “인생의 비밀은 클리셰(Cliché)라는 단어 뒤에 숨어 있더라.” 가난한 싱크대 수리공에서 시가 10억달러 가치의 기업 경영자로 성공한 셰이 칼의 말이다. 그는 작업 틈틈이 유튜브에 자신의 공정과 습관 등을 올려 25억 건 이상의 조회를 기록했다. 이를 토대로 개인 창작용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메이커 스튜디오를 창업해 대성공을 거뒀다. 요즘은 투자가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다.

‘클리셰’란 자주 쓰는 단어 활자를 미리 조합해 놓은 인쇄 용어. 상투적인 생각이나 틀에 박힌 행동을 뜻하는 이 말이 성공 비결이라니 뜻밖이다. 한때 알코올 중독자였던 그는 “틀에 박힌 듯 ‘술을 열심히 안 마시는’ 클리셰로 금주에 성공했다”고 한다. 최근 다이어트 사이트에 투자한 뒤로도 “채소를 많이 먹으라는 얘기만 지키면 되는데 이 쉬운 걸 안 지킨다”며 ‘클리셰 효과’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프린스턴대에서 ‘기업가정신’을 강의하는 팀 페리스도 그렇다. 그가 베스트셀러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200명의 성공한 거인(타이탄)들에게 “아침에 일어나면 뭘 하느냐”고 물었더니 대부분이 ‘잠자리 정리’라고 답했다. 싱거운 얘기 같지만 빈 라덴 체포작전을 지휘한 해군 제독 윌리엄 맥레이븐의 말을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매일 아침 잠자리를 정돈한다는 건 그날의 첫 번째 과업을 달성했다는 뜻이다. 이 성취감과 자존감이 또 다른 일을 해내는 용기로 발전한다.”

유명한 온라인 마케터 노아 케이건은 호텔에 묵을 때조차 침대를 직접 정리한다니, 성공한 사람들의 클리셰가 다르긴 하다. 세계 인터넷 사이트의 25%가 사용하는 워드프레스 개발자 매트 뮬렌버그는 ‘잠들기 전 팔굽혀펴기 1회’를 성공 비결로 꼽았다. 그는 “아무리 피곤해도 팔굽혀펴기 1회는 할 수 있다”며 “목표와 계획을 세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변명의 여지를 없애는 것, 일단 습관을 들이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우리 주변에도 팔굽혀펴기를 100번씩 하는 기업인이 많다. 거기에 자극받아 30번씩 연습하다 105번을 넘어섰다는 사례도 있다.

사소한 씨앗이 풍성한 열매를 품듯이 아주 작은 것이라도 매일 목표를 이루는 클리셰 효과의 비밀. 창조적인 습관과 독창적인 아이디어, 강력한 실행력이 여기에서 나온다. 작은 차이가 반복돼 큰 결과로 이어지는 ‘누적 효과’나 ‘1%의 법칙’도 마찬가지다. 옛 시인이 ‘조금씩 흙을 쌓아 산을 이룰 그날까지/ 미적대지도 말고 서둘지도 말게나’(이황의 ‘자탄’)라고 노래한 뜻을 알 것 같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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