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경목 기자 ] SK하이닉스가 올해 상반기에 채용한 신입사원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에선 공채와 별도로 직원들에게 채용할 만한 선후배를 추천해 달라고 독려하고 있다. 관련 대학은 전례 없는 특수를 누리고 있다. “장학금을 줄 테니 석사 졸업자를 보내달라”는 기업들의 요청이 쇄도한다.
하지만 산업이 발전하는 속도에 비해 인력과 연구 인프라의 확장은 더디기만 하다. 2015년 서울대에서 반도체를 공부한 석·박사 졸업자는 42명으로 2005년(106명)의 40%에 불과했다. 학생들이 직접 반도체 공정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연구용 공장인 서울대 반도체연구소는 20년 이상 노후화된 장비들의 부품을 살 수가 없어 이미 업계에서 폐기된 장비로 실험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1988년 설립됐다. 한 관계자는 “전자현미경의 성능이 떨어져 수시로 농대로 옮겨가 측정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대는 이 연구소를 학내 다른 곳으로 옮겨 연구장비를 현대화한다는 계획을 2년 전에 내놨지만 자금 부족으로 꼼짝도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6월에 반도체 관련 교수를 채용하기로 결정했지만 아직도 뽑지 못하고 있는 서울대 재료공학부가 단적인 예다. 작년 하반기 공채에는 한 명만 지원해 복수 지원을 원칙으로 하는 공채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고, 올 상반기 공채에는 반도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바이오 및 나노 분야 지원자가 몰렸다. 신규 교수 임용 대상인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학번 중에 반도체를 제대로 전공한 사람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패권을 잡기 시작하던 시절에 관련 인재 육성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결과다.
반도체가 한국을 먹여 살리는 가장 중요한 산업이라는 점은 의심할 바 없다. 1996년 이후 21년 가운데 15년이나 수출 품목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대학과 연구소의 지금 같은 인프라와 인력으로는 5년, 10년 뒤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노경목 산업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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