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J 꿈꾸는 초등생도 급증…반년 수입 100만원 미만도 허다
욕배틀·음란 여캠…막장 유혹
유해성 적발 건수 1년 새 4배↑
'솜방망이' 처벌…저질 부추겨
[ 성수영 기자 ]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윤모씨(28)는 작년 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BJ(인터넷 개인방송 진행자)가 됐다. 한때 프로게이머 연습생이었던 경력을 살려 게임 실력과 타고난 입담으로 승부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윤씨는 6개월간 잠 잘 시간도 아껴가며 일했다. 그러나 시청자 수는 한 번도 100명을 넘지 못했고 반년간 수익은 채 100만원이 안 됐다. 윤씨는 결국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인터넷 개인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화려한 스타 BJ를 꿈꾸는 이가 늘고 있지만 이면의 그늘도 짙어지고 있다. 전형적인 ‘승자 독식’ 산업인 만큼 일부 스타 BJ의 사례를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BJ 꿈나무 늘지만…‘승자 독식’
국내 인터넷 이용자의 세 명 중 두 명은 인터넷 방송을 시청한다. KT그룹 계열 나스미디어가 발표한 ‘2017 인터넷 이용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국내 인터넷 이용자의 69.7%가 인터넷 방송을 봤다. 대표적인 인터넷 방송 사이트는 아프리카TV와 구글 유튜브다. 작년 월평균 716만명의 시청자가 아프리카TV를, 2000만명이 유튜브를 봤다. ‘억대 수익’을 올리는 BJ도 나오고 있다. 업계는 작년 200여명이 넘는 BJ가 후원·광고로 1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BJ 꿈나무’도 늘고 있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지난달 기준으로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하는 BJ만 1만명을 넘는다”며 “‘전업 BJ’로 추정되는 이도 매달 300여명씩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조모씨(32)는 “요즘 한 반에 대여섯명은 장래희망에 BJ를 적어 낸다”고 전했다.
그러나 스타 BJ가 되는 사례는 극소수다. 한 다중채널네트워크(MCN) 회사 관계자는 “월 100만원의 수익도 올리지 못하는 BJ가 절대다수”라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 조회수 1회당 광고 수익을 1원 정도로 보면 된다”며 “대부분 BJ는 조회수 1만회를 올리지 못한다”고 했다.
◆수익 위해 ‘막장 방송’ 묵인 비판도
‘막장 방송’의 유혹에 빠지는 BJ도 많다. 별다른 콘텐츠 없이도 많은 시청자를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 BJ가 선정적인 복장을 하고 방송하는 ‘음란 여캠’부터 누가 욕설을 잘하는지 다른 BJ와 경쟁하는 ‘욕 배틀’, 역한 음료를 만들어 마시거나 시간제한 내에 요구르트 수십 개를 먹는 등 ‘엽기 먹방(먹는 방송)’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작년 ‘유해 콘텐츠’ 제보를 받아 심의한 인터넷 방송 건수는 718건으로 2015년(176건)의 4배를 넘는다. 방심위 관계자는 “적발된 유해 방송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했다.
인터넷 방송 사이트들이 수익을 위해 저질 방송을 묵인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인터넷 방송은 현행법상 인터넷 서비스로 규정돼 있어 해당 사업자에 1차적인 관리 책임이 있다. 규정을 위반한 BJ에게 내려지는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 유명 BJ는 방송 중 성폭행을 흉내내는 퍼포먼스를 하거나 중학생에게 간장을 붓는 등 행위로 수차례 방송 정지를 당했지만 얼마 후 방송에 복귀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프리카TV가 BJ 후원금의 30~40%를 가져가는 구조다 보니 제대로 된 처벌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실정”이라고 했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규제입법도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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