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이심기 기자 ] 투자자들이 채권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1분기 신흥국 정부와 기업이 발행한 달러표시 국채와 회사채 규모가 1785억달러로 1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딜로직 자료를 인용해 10일 보도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규모도 4145억달러로 모든 분기를 통틀어 가장 많았다. 투기등급 채권(정크본드)도 이 기간에 796억달러어치가 발행돼 1년 전의 두 배 넘게 늘었다.
이 같은 채권투자 열풍은 미국 경제에 대한 투자자의 의구심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WSJ는 분석했다. 전망과 달리 경제성장이 낮은 수준에 그치며 저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금리 인상은 채권 투자에 위협요인이다. 금리가 오르면 이전에 비싼 가격을 주고 채권을 산 투자자는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의 거품 논란도 채권투자 열풍을 부추기고 있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도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신흥국 국채와 미국 기업의 회사채에 특히 돈이 몰리고 있다. 신흥국 채권펀드에는 지난주까지 10주 연속 투자금이 순유입됐다. 반면 미국 주식펀드에서는 지난 한 주간 145억달러가 빠져나갔다.
경기가 나빠지면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져 채권 투자자도 위험에 직면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연기금 등의 채권수요가 안정적이고, 금리가 오르더라도 채권시장 자체의 메커니즘을 통해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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