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신요금 인하' 선거철 레퍼토리, 지겹지도 않나

입력 2017-04-11 17:39  

기본요금도, 보조금도, 단말기 가격도 모두 시장에 맡겨야 한다


통신요금 인하 공약이 왜 안 나오나 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필두로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 발표가 시작됐다. 다른 당 후보들도 경쟁적으로 요금 인하를 들고나올 건 불 보듯 뻔하다. 선거철만 되면 단골메뉴로 써먹는 통신비 인하 공약이 정치권은 지겹지도 않나 보다. “과도한 통신비를 줄여 여가를 즐기고 외식도 할 수 있게 하겠다”니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이 끝도 없다.

이런 식의 반(反)시장주의적 공약은 성공하지도 못했고 통신시장만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는 게 지금까지의 교훈이다. 정치권이 새로이 들고나온 ‘기본요금 폐지’만 해도 그렇다. 무엇보다 정치권 논리가 괴이하기 짝이 없다. 통신회사가 이익을 내니 기본료를 폐지해도 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통신회사는 이익을 내서는 안 되고 언제나 적자여야 한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 주장대로 기본요금을 폐지하면 통신 3사는 일제히 적자 영업 상태로 돌아설 전망이다.

통신사가 통신망 인프라 구축을 위해 가입자들로부터 기본요금을 받고 있는데 망 설치가 끝났으니 폐지해도 된다는 정치권의 요구도 황당하다. 그런 논리라면 앞으로 망의 유지·보수나 업그레이드 수요는 누가 책임지나. 송신자 요금제하에서는 수신만 하는 사용자의 무임승차 문제도 발생한다. 더구나 지금은 기본요금 항목이 별도로 없는 통합요금제 방식으로 가는 추세여서 기본요금 폐지가 액면 그대로 반영된다는 보장도 없다.

박근혜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를 내걸며 벌인, 이른바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에 의한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소동이 어찌 됐나. 시장을 왜곡시키고 소비자 원성만 키우고 말았다. 정치권이 새로이 들고나온 기본요금 폐지는 물론이고 단말기 분리공시제, 한·중·일 3국 간 로밍요금 폐지 등의 공약도 또 다른 반시장적 가격 규제책에 다름아니다.

통신요금을 두고 다른 국가와 비교하며 비싸니 싸니 논란이 많지만 사용자별 부담은 기기에 따라, 사용량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통신도 엄연한 시장이다. 기본요금이든 보조금이든 단말기 값이든 가격문제는 경쟁 활성화와 사용자의 현명한 소비에서 답을 찾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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