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방송사고 스타' 켈리 부산대 교수가 본 한국 "한국 너무 폐쇄적…이민자 적극 받아야"

입력 2017-04-12 18:26  

방송사고 낸 아이들 혼혈이라 차별받을까 걱정
한국인, 외교에 더 관심갖고 트럼프에 한·미동맹 중요성 알려야



[ 이미아 / 김영우 기자 ] “한국은 나라 안팎으로 지나치게 폐쇄적입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폭주, 미국과 중국 간 갈등에도 불구하고 국제 외교에 대한 관심은 신기할 정도로 낮아요. 게다가 이제 아무리 늦어도 5년 안엔 인구절벽에 부딪히게 될 텐데, 다른 나라라면 이민정책 카드를 꺼낼 시점이 한참 지났지만 한국에서 역대 어느 대통령도 이민정책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로버트 켈리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사진)는 최근 부산 장전동 부산대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같이 말했다. 빠른 말투, 엄격하고도 다소 까칠해 보이는 인상, 1980년대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가죽점퍼 패션은 그가 지난달 세계를 뒤흔든 ‘빅 뉴스’였던 ‘BBC 방송사고’의 장본인이란 걸 까맣게 잊도록 만들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남북 관계의 미래에 대해 인터뷰하다가 네 살배기 큰딸 메리언과 보행기를 탄 생후 9개월짜리 둘째 아들 제임스가 방으로 ‘난입’하고, 부인 김정아 씨가 아이들을 황급히 데리고 나가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을 타면서 순식간에 ‘뉴스 동영상계 월드스타’로 떠올랐다.

켈리 교수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뒤 대학 연구원 및 강사 생활을 하다 2006년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조교수로 채용돼 한국에 왔다. 그는 “난 우리 집을 다문화가정이란 말 대신 ‘인터내셔널 패밀리’라고 부른다”며 “우리 가정엔 미국도 있고, 한국도 있고, 둘이 섞인 새로운 문화도 있다”고 말했다. “메리언과 제임스에겐 각각 예나와 예섭이란 한국 이름도 함께 있어요. 아직은 나이가 어리니 별일 없지만, 나중에 커 가면서 혼혈이란 이유로 겪을 차별이 얼마나 클지가 걱정됩니다.”

그는 이와 관련해 “한국이 이민정책에 너무 소극적”이라며 “한국인이란 개념 자체를 바꿔야 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더 많은 ‘한국인’이 필요합니다.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도 한국인으로 인정받고 영구 거주할 수 있는 길을 넓혀야 합니다. 이미 일본은 초고령화 사회가 된 뒤 이민 확대 정책으로 바꿨잖아요. 이젠 공개적으로 이민에 대해 논해야 합니다.”

아울러 “정권이 바뀐다 해서 외교 노선이 쉽게 바뀌진 않는다”며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한국은 중요한 동맹이겠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버락 오바마 대통령보단 좀 더 실리를 추구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한국이 한·미 동맹의 이익을 더욱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켈리 교수는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 정책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좋았지만, 정작 미국인들에게 지지를 받지 못했다”며 “미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고, 미국 내 아시아계 이민자 입지도 히스패닉에 비해선 매우 좁은 게 현실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캠퍼스에서의 로버트 켈리’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학생들에게 매우 엄한 편이며, 파워포인트 대신 칠판 필기를 고수한다”고 말했다. “파워포인트를 사용하면 학생들이 나중에 그 파일만 얻으려 하고 수업 시간에 불성실하기 때문”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부산=이미아/사진 김영우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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