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에 오른 한국은행 신뢰…가계대출 통계 또 수정

입력 2017-04-12 20:08   수정 2017-04-13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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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기타대출로 분류될 항목, 주택담보대출에 포함시켜
작년 12월 '주담대' 증가, 7348억 줄여 다시 발표



[ 김은정 기자 ] 한국은행의 ‘부실 통계’ 논란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상호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 2금융권 월별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한 달 새 많게는 7000억원 이상 줄어서다. 관련 통계를 제출하는 금융회사 착오 때문이라는 게 한은의 해명이지만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계부채 통계를 한은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한은 통계를 기반으로 한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대책을 재점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은이 12일 발표한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자료를 보면 비(非)은행 금융회사의 2015년 12월~2017년 1월 주택대출과 기타대출 수치가 지난달 발표 때와 모두 달라졌다. 예컨대 지난달 9일 발표 땐 작년 12월 2금융권 주택대출 증가액이 2조9767억원이었지만 이날 발표 자료에선 2조2419억원으로 7348억원 줄었다.

대신 예·적금담보대출, 신용대출, 상업용부동산담보대출 등 주택대출이 아닌 나머지 가계대출을 의미하는 기타대출이 7348억원 늘었다. 이런 식으로 지난 14개월간 2금융권 주택대출 월별 증가액이 30~40%가량씩 줄고 그만큼 기타대출이 늘었다.

문소상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2금융권 주택대출 수치가 과잉됐다는 것을 지난해 인지하고 해당 금융회사에 안내했다”며 “이 과정에서 기타대출 중 일부가 주택대출 통계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알게 돼 다시 수정된 통계를 받아 반영했다”고 말했다. 기초 통계를 제공하는 2금융권의 미흡한 전산시스템과 인력 운용으로 그동안 상가·토지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비주택대출이 주택대출 통계로 잡히는 오류가 발생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이런 사실이 밝혀지면서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발표하기 시작한 2003년 10월 이후 모든 통계가 잘못됐을 가능성이 커졌다. 한은은 2금융권에서 수정 제출한 2015년 12월 이후 자료만 반영했으며, 이전 통계는 오류를 정정하지 못했다. 통계 오류를 초래한 금융회사가 어디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한은이 뒤늦게 오류를 수정했지만 가계부채 대책을 짜는 금융당국에 부실한 기초 데이터를 제공해 왔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긴 어렵게 됐다. 더구나 한은은 그동안 줄곧 금융당국을 향해 가계부채 관리에 소홀하다고 경고해 왔던 터다.

한은의 통계 오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에는 잘못된 저축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을 발표했다가 뒤늦게 정정하기도 했다. 한은은 지난달 올 1월 저축은행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9775억원 늘었다고 발표했다. 월간 증가액으로는 사상 최대 수치였다. 하지만 개별 금융회사 점검 결과 최종 수치는 4607억원으로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가 사업용도 등으로 빌리는 영리 목적의 가계대출은 제외돼야 하는데 가계대출 증가액에 포함된 채로 발표된 것이다.

한은은 2금융권의 미흡한 전산시스템을 탓했지만 2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이 더 적극적으로 자료 제출 기준 등에 대해 개별 금융회사와 소통하고 점검했다면 더 빨리 오류를 발견하거나 오류 발생을 막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경제부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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