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해도 하소연 못하고…신동빈 '1년의 악몽'
경영권 분쟁·최순실 게이트에 수시로 법정 불려나가
기업 약점 물고 늘어진 정부, 이젠 '적폐청산' 할 때
김용준 생활경제부 차장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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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은 새로운 롯데를 만들고 싶었다. ‘어제의 롯데’에 덧씌워진 이미지를 벗겨내야 새로운 50년, 100년을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갑질기업’ ‘내수기업’이라는 인식과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이 극복해야 할 숙제였다. 그는 직원,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기업문화 개혁이었다. 내수기업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인수합병 및 투자 계획도 짰다.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 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때 신 회장은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모든 개혁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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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2주간 네 차례 법정에 섰다. 롯데그룹의 경영비리 관련 재판이었다. 재판 준비 외에 어떤 일도 할 수 없었다. 이 재판은 오는 11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20시간 동안 검찰조사도 받았다. 검찰은 곧 수사를 마무리하고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신 회장은 기소되면 두 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아야 한다. 서초동에서 살다시피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롯데의 책임, 정부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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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1차적 책임은 롯데에 있다고 말한다. 롯데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는 화를 불렀다. ‘껌 팔아 돈 벌고, 직원 대우 제대로 안 해주고, 협력업체에는 강압적이다’는 그 이미지. 직원과 협력업체의 불만은 곧 사회의 불만이 됐다. 검찰은 잘 알고 있었다. 작년 6월 검찰에 대한 좋지 않은 여론이 팽배해지자 롯데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신격호 시대에 행해진 불투명한 거래 등이 개혁을 하려는 신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여기까지가 롯데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도 롯데의 약점을 물고 늘어졌다. 사드 부지를 내놓으라고 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청와대 권력은 아무도 견제할 수 없었다. 청문회장에서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정부에서 내놓으라고 하면 어떤 기업인이 싫다고 할 수 있겠는가.” 보복이 두려웠다는 얘기다.
기업인의 시간
재계 사람들은 이를 한국 기업인의 숙명이라고 한다. 내수기업이라고 손가락질받으면 해외로 나가야 하고, 정부가 돈이나 땅을 내놓으라면 바쳐야 한다. 이것이 고스란히 재앙으로 돌아온 게 롯데 사례다. 사드 부지를 내놓은 대가는 중국 사업 고사로 이어지고 있다. 신 회장은 이를 수습하려 했지만 출국금지가 그의 앞을 막았다. 청와대의 요구로 내놓은 돈은 검찰의 먹잇감이 됐다.
정치권에서 요즘 적폐 청산이란 얘기를 많이 한다. 최순실 게이트에서 국민은 ‘관계’라는 적폐를 봤다. 개발연대 시절 맺은 정부와 기업의 왜곡된 관계가 그것이다. 한 전직 장관의 말이다. “기업인을 정치에 끌어들이지 말아야 한다. 기업인도 정부와 관계를 맺어 사업을 키우려는 유혹에서 벗어나는 것, 그것이 적폐 청산이다.” 정치와 기업이 서로를 놓아줘야 할 시간이 왔다는 얘기다. 기업인을 기업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 그리고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즉 더 많은 투자와 고용 그리고 가치 있는 사업을 통해 사회와 대화하게 할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김용준 생활경제부 차장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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