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명문대생 선호 뚜렷
교단마저 학벌주의 '씁쓸'
[ 구은서 기자 ] “왜 우리 반 교생(교육 실습생)만 지방대 출신이야? 진학 상담은 다른 교생 선생님한테 받아야겠네.”
이번달부터 서울 양천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육 실습을 시작한 대학 4학년 정모씨(24)는 우연히 학생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정씨는 “입시에 민감한 학생들의 눈에는 명찰에 적힌 대학 이름부터 들어왔을 것”이라면서도 “소위 ‘SKY대’ 교생에게 상담이 쏠리는 걸 보니 씁쓸했다”고 말했다.
사범대나 교육대 교직이수예정자 등 예비 교사는 4학년 학기 초 약 한 달간 초·중·고 교단에 선다. 이때 교생이 착용하는 명찰에는 소속 대학의 이름, 로고 등이 함께 표시된다.
서울 모 중학교에서 실습 중인 한모씨(23)는 “명찰만 보면 출신 학교를 바로 알 수 있다”며 “한 정교사는 명찰을 쭉 보더니 특정 교생에게 ‘동문끼리 잘 해보자’는 식의 말을 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교사의 평가가 실습 학점에 반영되기 때문에 문제 제기도 쉽지 않다.
교생 명찰에 특별한 기준은 없다. 실습을 나가기 전 대학들이 명찰을 만들어 지급한 관행이 이어져온 것으로 알려진다. 한 사립대 교직과정 관계자는 “초·중·고등학교에서 편의상 오래전부터 교생에게 명찰을 달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다수의 교생이 불편함을 호소하지만 관계 당국은 개입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교직 과정은 대학들이 운영하며 교육청 소관이 아니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 역시 “명찰을 패용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면서도 “교원자격 검정령에 따라 대학들이 자율 운영하는 만큼 관여하기 어렵다”고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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