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한수원·SKT 등 20년물 초장기채 발행 '봇물'

입력 2017-04-13 19:43   수정 2017-04-14 06:16

지정학적 위기로 불확실성 커져…"금리 뛰기 전 자금조달"

투자자 단기물에 몰리는 탓에 장기채 금리 상승 가팔라
기업들, 선제적 장기자금 조달

한수원, 이달말 2000억 발행
SKT·동서발전·LG전자도 10년 이상 장기채 발행 추진



[ 서기열 기자 ]
마켓인사이트 4월13일 오후 3시27분

북한 핵실험 위협에 따른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가 높아지면서 국내 장기채 금리의 상승폭이 가팔라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한국수력원자력과 SK텔레콤 등 신용등급 ‘AAA’인 우량 기업들이 서둘러 20년물 등 초장기 회사채 발행을 추진 중이다. 장기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선제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기채 금리 상승 가능성 커져”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잔존 만기별 금리를 이어붙인 수익률곡선 기울기가 가파르게 움직이고 있다. 20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지난 12일 연 2.317%로 1주일 전보다 0.072%포인트, 3개월 전보다는 0.207%포인트 올랐다.

이에 비해 1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같은 기간 연 1.458%로 0.009%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3개월 전에 비하면 오히려 0.023%포인트 떨어졌다. 20년물 등 장기채 수익률이 1년물 등 단기채보다 훨씬 큰 폭으로 상승하는 모습이다.

수익률곡선의 기울기가 가팔라지는 것은 북한 핵실험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이 장기물을 꺼리고 단기물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장기적인 전망을 불투명하게 본다는 의미기도 하다.

국고채를 발행하는 주체인 정부 의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은 지난 2월 “국내 채권시장의 장단기 금리 차가 크지 않다”며 “평평한 국고채 만기별 수익률곡선을 정상화할 필요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장기금리가 지나치게 낮아 연기금 등 금융회사들의 수익관리와 금융중개 기능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장기금리가 올라가면 경기회복 기대심리가 커지고 가계와 기업 부채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초우량 기업이 발행 주도

장기물 발행이 가능한 초우량 기업들은 장기채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만기 10년 이상 장기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 한수원은 최고 신용등급(AAA)을 앞세워 장기채 발행에 불을 지폈다. 이달 말 총 20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만기는 20년물과 10년물을 중심으로 구성하되 3년물도 포함할 방침이다.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AAA)은 오는 25일 30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나섰다. 3년, 5년물과 함께 10년, 15년물을 발행하기로 했다. 또 다른 한전 발전자회사인 동서발전(AAA)은 10년물을 포함해 총 2000억원어치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투자등급 상위 세 번째인 ‘AA0’ 신용등급을 보유한 LG전자 역시 이달 말 발행 예정인 3000억원어치 회사채 가운데 10년물을 포함시킬지를 검토 중이다.

한 증권사 회사채 발행팀장은 “장기물을 발행한 경험이 있는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서둘러 낮은 금리로 장기 자금을 조달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보험회사를 중심으로 장기물 수요가 풍부하다는 평가다. 보험사들은 2021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만기가 긴 상품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 이 중 생명보험사들은 국내 AAA급 회사채 장기물에 투자하길 원하고 있지만 공급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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