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인증 위조…16만명에 팔린 중국산 짝퉁 굴비

입력 2017-04-14 17:55  

또 터진 홈쇼핑 통한 사기 판매

2014년부터 2년간 23억 챙겨
수산물판매업자 불구속 입건

'가짜' 홍삼·백수오 이어 또 적발
농수산물 검수체계 '구멍'



[ 박진우 기자 ] 중국산(産)과 국산 조기가 섞여 있는 굴비 상품이 100% 국내산으로 둔갑해 대형 홈쇼핑에서 판매됐다. 구매자가 16만여명에 달해 파장이 예상된다.

부산경찰청 해양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과 농수산물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수산물 판매업자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전남에 있는 수산물 가공작업장에서 국내산과 중국산 조기를 6 대 4 비율로 섞고 100% 국산으로 포장해 총 124억원어치를 한 대형 홈쇼핑에서 판매한 혐의다. A씨는 2014년부터 2년 동안 23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A씨가 홈쇼핑에 납품한 굴비를 사들인 피해자는 16만여명에 이른다는 것이 경찰의 추산이다.

홈쇼핑업체가 원산지 인증문서인 수협 수산물수매확인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는 점이 악용됐다. 수산물수매확인서 등을 위조하는 대담한 수법이 동원됐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이전에는 100% 국산 조기로 굴비를 만들어 팔았지만 2014년부터 국내산 조기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 중국산을 혼합했다”고 진술했다.

해당 홈쇼핑이 원산지를 확인하기 위한 별도 절차 없이 굴비를 납품받았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부산지방경찰청은 “정식 수산물수매확인서와 양식이 다른데도 전적으로 위조된 수산물수매확인서를 믿은 업체 책임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홈쇼핑 측은 “수협 인증이 찍혀 있었고, 유통업체가 직접 굴비 산지를 가려내긴 사실상 힘든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수산물 원산지 인증서는 수협 수산물수매확인서가 유일한 상황에서 양식과 서명만 갖추면 위조가 가능하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A씨는 가공방법도 속여온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홈쇼핑 등에서 냉풍기를 이용해 냉동 건조한 조기를 1년 이상 묵힌 천일염으로 가공해 해풍으로 말렸다는 등 허위정보를 제공해왔다.

홈쇼핑회사 농·수산물 원산지 인증체계의 허점이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건강기능식품회사인 천호식품은 지난 1월 중국산 인삼농축액과 캐러멜 색소가 섞인 가짜 홍삼 제품을 100% 홍삼 농축액으로 속여 팔다가 검찰에 적발돼 물의를 빚었다. 2015년에는 건강식품회사 내츄럴엔도텍에 중국산 백수오 원료를 국산으로 속여 판매한 건재상이 기소됐다. 당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고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렀음에도 여전히 농·수산물 원산지 인증체계와 규정이 허술하다는 점이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셈이다. 원산지 미표시로 적발되면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며, 원산지를 허위로 기재하면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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