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I:리뷰] '마리안느와 마가렛', 소록도의 사랑·감사의 기록

입력 2017-04-14 18:18  



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소록도 한센인들의 아픔을 사랑으로 보듬어 안은 오스트리아 간호사 마리안느 스퇴거(83)와 마가렛 피사렉(82)의 이야기다.

국립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사단법인 마리안마가렛은 40여 년간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를 돌본 두 사람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카메라는 두 사람의 헌신적인 봉사와 함께 오해와 편견이 큰 한센병으로 박해받은 소록도 한센인들의 가슴 아픈 역사를 비춘다.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각각 1962년과 1966년, 한센인 구호단체인 다미안 재단을 통해 파견 간호사로 전남 고흥의 소록도 땅을 밟게 됐다. 아무 연고도 없는 소록도에서 이들은 공식적인 파견기간이 끝난 후에도 자원봉사자로 40여 년간 남았다.

소록도는 일제 강점기 한센인 강제격리정책의 산물이다. 1916년 일본은 전남 고흥 소록도에 한센병 환자 강제격리시설인 자혜병원(현 국립소록도병원)을 세우고 조선인 환자를 수용했다.

카메라는 오스트리아와 소록도를 오가며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공헌, 한센인의 한 서린 이야기를 전한다. 두 사람이 자신들의 이야기가 세상에 드러나기를 원치 않는 상황에서 영화는 자료 사진과 한센 환자들·내레이션을 맡은 이해인 수녀의 입을 빌려 그들의 삶을 설명한다.

두 사람은 한센인에게 '큰 할매', '작은 할매'로 불리며 질환 뿐 아니라 마음의 상처도 돌봤다.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던 한센인의 상처를 맨손으로 치료하는 간호사이자 아픈 마음을 애정과 신뢰로 돌본 어머니들과 같은 존재임을 한센인들은 강조한다.

두 사람은 성심성의껏 환자와 그 자녀를 보살피고, 비자 갱신을 위해 매년 오스트리아를 찾을 때마다 후원금을 모아 소록도를 도왔다. 오랜 기간 봉사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어떤 보상도 받지 않고 검소한 생활을 이어갔다.

2005년 70대의 노인이 된 두 사람은 나이가 들고 부담이 되기 싫다는 이유로 소록도 사람들과 지인들에게 편지 한 통씩을 남기고 오스트리아로 홀연 귀국한다. 마리안느는 당시 대장암 투병 중이었다.

이들은 "이 편지를 읽는 당신께 큰 사랑과 신뢰를 받아서 하늘만큼 감사합니다."란 감사의 말로 이별의 인사를 내린다.

"소록도에서 행복했다"며 웃는 마가렛의 모습은 '사랑의 의인화'란 이들 지인의 말을 실감케 한다.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우리의 삶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하는 작품이다. 전체관람가 등급으로 오는 20일 개봉 예정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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