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옛날이여…빈 공간이 늘어가는 맨해튼 명품거리

입력 2017-04-15 13:56  



(뉴욕=이심기 특파원) 미국을 대표하는 패션브랜드 랄프로렌은 이달 중순 뉴욕 맨해튼의 ‘명품거리’로 알려진 5번가(Fifth Avenue) 매장을 폐쇄한다. 자존심을 버리고 브랜드 가치를 상징하는 플래그십 스토어의 셔터를 내리는 이유는 비용절감을 위해서다. 온라인 쇼핑 중심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바뀌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유지하는데 따른 손실이 커진 탓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 때 명품거리를 ‘개척’했던 브랜드들이 자발적으로 문을 닫고 있다며 5번가의 공실률이 1년전의 10%에서 16%로 상승했다고 전했다. 부동산 업계는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맨해튼 5번가의 임대료가 하락하고 있다”며 “놀라운 사실은 과거와 달리 이같은 추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보헤미언들의 보금자리에서 맨해튼의 또 다른 쇼핑명소로 변신한 소호(SOHO) 거리도 마찬가지다. 랄프로렌과 함께 명품 패션브랜드 마크 제이콥스와 지미 추 등이 이 곳을 버리면서 각 블록마다 2~3개의 빈 상점이 ‘임대’이라는 표지판을 바깥에 걸고 있다. 현지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도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풍경”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전에 평방피트당 월 1000달러였던 임대료도 20% 이상 떨어졌지만 계약에 나선 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아졌다.

건물의 투자수익을 결정짓는 임대인을 구하지 못하면서 건물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FT는 5번가의 19층짜리 사무실과 소매점 건물의 가격이 지난해 내놓은 1억7000만달러에 팔리지 않자 최근 1억5000만달러로 판매가를 낮췄다고 전했다. 맨해튼 5번가가 이전처럼 전 세계의 내노라 하는 브랜드를 끌어당기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메이시와 시어스, JC 페니 등 과거 이름을 날리는 백화점 체인이 올해만 수백곳의 매장을 폐쇄하고 직원을 대량해고하는 상황에서 맨해튼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백화점 뿐만 아니라 크록스, 아베크롬비 앤 피치, 게스 등 의류브랜드도 대규모 점포 정리에 나서고 있다. 한 컨설팅 회사는 관계자는 “판매채널이 온라인으로 급속히 이동하면서 대형유통업체들의 저성장은 뉴노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끝) /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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