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 한국국민당 후보는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 나섰던 사업가, 김정선 한반도미래연합 후보는 유엔세계재활기구 상임의장, 김민찬 무소속 후보는 대한민국명인회 총재다. 예비후보 등록자 중에도 이색 인물이 많았다. ‘옥수수 박사’로 유명한 김순권 후보, 역술인 권정수 후보, 목사 김마리아 후보, 철거전문회사 대표인 김환생 후보, 노래방 주인 강인권 후보 등이 이름을 올렸다. 1997·2007년 출마해 꼴찌와 7위에 머물렀던 ‘허본좌’ 허경영 씨는 이번에 발이 묶였다. 2007년 대선 때 박근혜 전 대통령과 결혼을 약속했다는 등의 허위 사실 유포로 실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역대 선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괴짜 후보’들이 수두룩하다. 가장 파격적인 인물은 “신안 앞바다 보물로 국민 모두를 부자로 만들겠다”던 진복기 정의당 후보. ‘카이저 수염’으로 유명한 그는 1971년 대선에서 박정희 김대중에 이어 3위에 올랐다. 5년 뒤 신안 해저유물이 발굴돼 다시 한 번 화제를 모았지만 80년대 ‘상습출마자’로 규제를 받기도 했다.
종교를 앞세운 후보도 여럿이었다. 1997년 김한수 바른나라정치연합 후보는 기독교 정당 대표로 처음 출마해 7명 중 6위를 차지했다. 김길수 호국당 후보는 2002년 ‘불심으로! 대동단결!’을 구호로 나서 6명 중 5위에 머물렀다. 한얼교를 창시한 신정일 전 한온그룹 총재는 13대, 15대에 출마했으나 득표율 0.2%대에 그쳤다.
외국에도 괴짜들이 많다. 2002·2007년 프랑스 대선에 출마한 우체국 집배원은 대통령제 폐지와 공산주의혁명동맹을 주창했다. 노동자투쟁당의 여성 후보는 ‘영구 혁명론’을 내세운 트로츠키주의자로 여섯 번이나 출마했다. 미국에서도 군소 후보가 화제를 모으곤 한다. ‘해충’이라는 별명의 버민 수프림은 장화를 머리에 쓰고 다니며 전 국민에게 조랑말을 무상 지급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이들 모두 당선보다 자기 홍보에 주력했지만 유권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하기야 트럼프도 처음엔 이색 후보에 지나지 않았으니, 정치판이란 알 수 없는 것이긴 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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