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치대 설치, 용기 꽂아 사용
용기안엔 깔때기 모양 보조캡
제품구상 후 수십번 보완
연내 신제품 3~4종 출시
[ 이민하 기자 ] “애야. 이것 좀 열어다오.” 김용운 씨오디 대표는 2013년 초 처음으로 양념통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어머니를 도와 부산 구포동에서 식당일을 하던 때였다. 어머니는 음식에 양념을 넣고 반찬을 무칠 때마다 김 대표를 찾았다. 손을 닦고 양념통을 열기가 번거로워서였다. 김 대표는 하루에도 수차례 주방을 들락거려야 했다. 손쉽게 각종 통을 여닫을 수는 없을까 궁리했다. 같은 해 11월 김 대표는 손수 제작한 양념통을 들고 부산시민발명대회에 참가, 1위를 차지했다. 상금으로 씨오디를 창업했다. 약 3년의 상용화 과정을 거쳐 ‘원핸드락 양념통’을 내놨다.
◆한 손으로 양념통 여닫아
원핸드락 양념통은 한 손으로 열고 닫을 수 있는 제품이다. 원형 투명용기 2~3개와 거치대 1개가 한 세트다. 거치대를 주방 벽이나 찬장 아랫부분 등 자투리 공간에 설치한 뒤 용기를 꽂아서 사용한다. 김 대표는 이 제품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적용했다. 거치대와 투명용기에는 네오듐 자석을 달아 떨어지지 않도록 했다. 거치대는 자동차 컵홀더처럼 설계했다. 실수로 용기를 쳤을 때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특허 아이디어는 또 있다. 한 손으로 통을 열고 닫을 수 있는 부분이다. 용기 뚜껑에 일정한 간격으로 홈을 팠다. 홈 부분이 고정판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서 오른쪽으로 돌리면 뚜껑이 열리고, 왼쪽으로 돌리면 잠긴다. 용기 안에는 깔때기 모양 보조캡을 넣었다. 내용물이 한꺼번에 쏟아지지 않도록 막고, 반대로 재료를 보충할 때도 쉽게 넣을 수 있다. 김 대표는 “첫 제품을 구상하고 나서 2~3년간 설계를 수십 차례 수정·보완하면서 지난해가 돼서야 최종 제품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좌절 딛고 발명 1등까지
양념통을 만들기 전까지 김 대표는 무수한 실패를 겪었다.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 전기기사 일을 시작했다. 손재주가 좋았던 덕에 어느 현장에 가든 환영을 받았다. 형이 하는 공업사에서 공구 제작 일도 배웠다. 3년여가 지났을 무렵 형을 불의의 사고로 잃었다. 상실감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한번 시작된 방황은 수년간 이어졌다. 원양어선을 탔다가 서울에 올라와 웨이터 생활도 했다. 어머니가 있는 부산에 내려온 것은 40대를 코앞에 둔 시점이었다. 재기하겠다고 결심한 것도 어머니 때문이었다.
◆“생활·주방용품 전문업체 목표”
씨오디는 올해 액체 양념통과 자동계량 분말통 등 신제품 3~4종을 출시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원핸드락 양념통은 오픈마켓·소셜커머스 등에서는 매번 품절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며 “올해 초에는 롯데마트의 인도네시아 판촉행사에서 400세트가 완판되는 등 해외에서도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어와 상반기 중 대만, 태국, 홍콩 등 아시아 지역 수출 계약을 진행 중이다. 점차 판매 지역과 제품군을 늘려가면서 생활·주방용품 전문업체로 성장하고 싶다고 김 대표는 밝혔다.
그는 “중국과 미국 등 세계 생활·주방용품 시장에서 아이디어로 인정받는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며 “올해 신제품 출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밀폐용기·욕실용품 등 다양한 분야 제품들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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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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