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지정학적 리스크가 금융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지만, 유가와 금값은 껑충 뛰어오르고 있다. 미국의 시리아 폭격이 이란과 갈등 관계(유가 상승 재료)로 이어질 수 있고, 투자자들 사이에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금값은 2분기(4~6월)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지난주까지 주간 단위로 3주 연속 올랐다. 국내에서 거래 중인 KODEX WTI원유선물(H) 상장지수펀드(ETF)와 TIGER 원유선물(H) ETF 역시 3월 말부터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달 들어서 이날까지 TIGER 원유선물(H) ETF와 KODEX WTI원유선물(H) ETF는 각각 5.4%와 5.3% 가량 올랐다.
금값도 상승세다. 간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물 금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3.40달러 오른 온스당 1291.9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원자재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불확실성'이 유가와 금값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오는 25일 감산 연장이 논의될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와 시리아 및 '북핵 위기'로 불안한 한반도 상황이 유가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세계 2위의 원유 소비국인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6.9%)이 예상치를 웃돈 점도 긍정적이란 설명이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중 원유와 금은 '불확실성'이라는 큰 틀 아래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며 "중동 내 불확실성 탓에 유가는 55~60달러 범위에서 등락폭을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미국의 시리아 폭격이 이란과 관계 악화로 이어질지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 그는 "이란은 러시아와 함께 시리아의 유일한 동맹국 중 하나"라며 "만약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나빠진다면 시장은 미국의 이란제재 가능성에 따른 유가의 상승재료로 인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값의 경우 온스당 1300달러 수준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이 연구원은 "2분기 내 프랑스 1차 대선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정치 이벤트가 시장 변동성을 자극시킬 수 있는 데다 트럼프가 외교·경제 정책노선을 변경하며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머징시장에선 중국과 러시아가 금을 동반 매수, 중장기적으로 금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역시 유가의 추가 상승에 무게를 뒀다. 그는 "지정학적 리스크의 경우 시차를 두고 해소될 여지가 있지만, 미국의 원유재고 감소와 OPEC 감산 연장 그리고 미국의 인프라 투자 기대감이 유가의 전고점(55달러)을 넘을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구경희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의 원유 수급이 공급자에게 유리할 수 있다"고 점쳤다. 미국은 원유 정제업계의 정기보수 시즌이 4월 말에 끝나는 대로 원유 정제량도 같이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인데 여름 드라이빙 시즌(4~6월)을 맞아 수요 역시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유지보수의 경우 2013년 이후 최대 규모로 실시, 공급 증가분이 수요 증가분을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가의 상승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는 드라이빙 시즌 전 가수요에 힘입어 5월까지 점진적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배럴당 55달러를 웃돈 뒤 6월 이후 하락 전환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요인(OPEC 하반기까지 감산 연장)과 부정적인 요인(미국 원유 증산)이 상충하고 있어 유가의 급등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라고 진단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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