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왜 극단으로 치닫나] 유럽에서도 세력 커지는 극단주의

입력 2017-04-20 17:39   수정 2017-04-24 08:42

23일 대선 앞둔 프랑스
극우·극좌후보 지지율 상승…테러도 훨씬 빈번해져



[ 이현진 기자 ] “극좌와 극우 후보 모두 환상과 거짓 약속, 불가능한 선물을 팔고 있다. 극단주의자에게 표를 주지 말라.”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스 기업인 200여명은 유력 일간지 르몽드에 이 같은 내용의 호소문을 실었다. “재계는 두 극단주의자의 위험을 알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베르나르 스피츠 프랑스보험연합회 회장)이라고도 했다. 이들이 말하는 극단주의자는 포퓰리즘·반시장 정책을 들고나온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와 장뤼크 멜랑숑 좌파당 대표. 오는 23일 치러질 대통령 선거 1차 투표를 앞두고 양극단에 선 두 후보 지지율이 심상찮게 오르자 기업인들이 대응에 나선 것이다.

극단주의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과거 극단주의는 특정 종교의 대형 테러로 발현됐다. 최근에는 트럭으로 건물이나 사람을 치는 ‘소프트 타깃’ 테러로 바뀌어 스웨덴 프랑스 등 전 유럽에서 발생하고 있다. 규모는 줄었지만 훨씬 자주 일어난다.

극단주의는 극우나 극좌정당의 부상으로 이어지며 정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최근 1~2년 새 극단적인 이념의 정당이 부각되는 배경이다. 영국에서는 전통적 노동당 지지층에서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으로 이탈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이탈리아 역시 포퓰리스트와 극우정당이 약 45%의 지지를 받고 있다. 르펜 대표의 선전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입성도 비슷한 시각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극단주의가 종교를 넘어 정치를 통해 일상에 스며들었다는 분석이다.

극단주의는 경제에도 불안요소다. 김지은 삼성증권 연구원은 “선거를 앞둔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이탈을 주장하는 극단주의 정당이 힘을 얻으면 시장은 2011년 유럽 재정위기와 비슷한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극단주의는 ‘야만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라는 시각도 있다. 흉악무도한 테러리즘 확산도 같은 맥락이라는 풀이다. 존 호건 미국 매사추세츠대 대테러리즘센터 소장은 중세에 사장된 것으로 알았던 야만의 도래가 문명사회의 최대 위협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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