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일규 기자 ] 2015년 기준 건강보험 보장률은 63.4%다. 진료비(비급여 포함)로 100만원이 나왔다면 63만원가량은 건보 재정으로 부담했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의 중기재정추계에 따르면 건보 재정 수지는 내년부터 적자로 전환된다. 올해 기준 적립금 21조원은 2023년이면 바닥날 전망이다. 고령화에 따라 노인 의료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선후보들은 국민 의료비 부담을 낮춰주겠다며 건보 재정을 지금보다 더 크게 쓰겠다는 공약을 앞다퉈 내놨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비급여를 포함한 의료비 본인 부담률을 단계적으로 20%까지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건보에서 80%까지 보장하겠다는 의미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건강보험 보장률을 80%까지 높이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비급여를 포함해 본인 부담 상한제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후보들의 공약이 실현되면 건보 적립금 소진 시점은 그만큼 더 빨라진다. 메울 방법은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뿐이다. 연금 전문가들은 건강보험 보장률을 80%까지 높이려면 지금보다 보험료를 30% 더 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후보 중 재원 마련 방안으로 보험료를 올리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서라는 지적이다. 안 후보는 오히려 취약계층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공약도 함께 제시했다.
국민연금, 장기요양보험, 고용보험도 마찬가지다. 후보들은 혜택을 확대하겠다는 공약만 내놨다. 누가 어떻게 추가 비용을 부담할 것인지는 얘기하지 않는다. 신도철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각종 사회보험 확대 공약이 실현 가능한 복지 정책이 되려면 재원 마련 방안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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