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은 중국의 일부” 발언에 ‘자동반복형 응답’하는 외교부

입력 2017-04-20 19:10  



(이미아 정치부 기자) “He then went into the history of China and Korea. Not North Korea, Korea. And you know, you’re talking about thousands of years…and many wars. And Korea actually used to be a part of China. And after listening for 10 minutes I realized that not — it’s not so easy.” (그는 그리고 중국과 한국의 역사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북한이 아니라, 한국 말이다. ‘당신도 알겠지만, 수천년 동안 많은 전쟁을 겪었고, 한국은 사실상 중국의 일부’라고 얘기했다. 10분 동안 이야기를 들으면서 난 결코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지난 19일부터 국내외 외교가를 발칵 뒤집어 놓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은 중국의 일부” 발언 원문입니다. 화자는 트럼프 대통령이고, 이 문장에서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말합니다. “쉽지 않다고 깨달은 일”은 북한 관련 문제들을 가리킵니다. 이 문장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을 인터뷰했을 당시 인터뷰 발췌록에 나와 있습니다. 당시 정식 기사엔 이 발언이 실리지 않았죠.

트럼프의 이 발언을 찾아낸 건 미국 현지 언론들이었습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쿼츠(Quartz)에서 현지시간으로 지난 18일 문제 제기를 처음 했고( https://qz.com/962409/donald-trump-and-korea-trump-makes-false-claim-that-korea-was-part-of-china/ ), 워싱턴포스트는 19일 ‘팩트 체커(Fact Checker)’ 코너를 통해( https://www.washingtonpost.com/news/fact-checker/wp/2017/04/19/trumps-claim-that-korea-actually-used-to-be-a-part-of-china/?utm_term=.8dddcac85d64 ) 트럼프의 이번 발언을 비판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수많은 발언과 번복 때문에 묻힌 감이 있지만, 그의 이번 발언이 큰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며 “자기중심적일 수 있는 외국 지도자들의 설명을 따르기보단, 아마도 미 국무부에 있을 한반도 전문가들부터 역사 교육을 받는 게 더 가치 있을 것”이라 꼬집었습니다.

자, 그렇다면 한국 외교부는 이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어제(19일) 저녁 6시30분께 외교부 출입기자단에 보낸 한 줄짜리 ‘PG(Press Guidance, 해명자료나 특정 사안 관련 설명을 뜻하는 외교부 내부 용어)’뿐이었습니다. “보도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지난 수천년간 한·중관계의 역사에 있어 한국이 중국의 일부가 아니었다는 점은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명백한 역사적 사실이며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임. 이러한 이야기는 일고의 가치도 없음.” 이것이 전부였습니다.

20일 외교부 정례브리핑 때 관련 질문이 나왔을 때도 대답은 마치 자동응답기와 같았습니다.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며, 외교부의 입장은 어제 발표한 것과 변함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외교부의 입장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닙니다. 미국과 중국 눈치를 동시에 봐야 하는 상황에서 금방 입장 표명을 하긴 어려웠으리라 생각합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시 주석으로부터 이렇게 들었다”는 뜻의 간접 화법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러 그렇게 흘린 것인지, 실제로 시 주석이 그렇게 말한 것인지 일단 분명치 않습니다. 만약 시 주석이 이같이 말한 게 사실이라면, 동북공정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한반도 관련 역사관을 시 주석이 재천명한 것이겠죠.

하지만 신중함에도 정도가 있는 게 아닐까요. 타국의 언론에 남의 나라 속국 운운하는 기사가 나왔는데도, 외교부는 지나치게 소극적이었습니다. ‘고래들의 등에 끼인 새우’도 할 말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외교부의 이번 발표가 현재 한국이 처한 상황을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방증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끝) /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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