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 당시 실장급 1년 새 6명 중 5명 떠나
투자 판단에 대한 검찰 수사에다 전주 이전 불만까지 겹쳐
[ 유창재 기자 ]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채무재조정의 실무 협상을 맡았던 안태일 채권운용실장이 사의를 나타냈다.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 당시 투자위원회에 참석한 실장급 운용역은 한 명만 남기고 모두 국민연금을 떠나게 됐다.
21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2000년 국민연금에 입사해 17년 동안 채권 운용을 한 안 실장이 최근 건강상의 이유로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했다. 2012년부터 채권운용실장을 맡아온 그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직 중 가장 오래 근무한 ‘최고참’으로 분류된다.
안 실장은 지난해 심한 이명 증상이 나타나는 등 건강이 나빠져 퇴사를 고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 결정의 후폭풍으로 지난해 핵심 운용역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자 이직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안 실장은 대우조선 회사채 채무재조정 이슈가 불거지자 ‘이 일은 끝까지 책임지고 끝낸 뒤 나가겠다’며 사퇴를 미뤄왔다. 지난 17~18일 대우조선 사채권자 집회가 완료되자 공식적으로 사의를 나타냈다.
안 실장의 사퇴는 1960년대 초반생이 주도하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세대교체를 의미한다는 게 조직 안팎의 평가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반 투자위원회에 참석한 6명의 운용직 실장 중 당시 이윤표 운용전략실장, 한정수 주식운용실장, 유상현 대체투자실장, 이경직 해외증권실장, 양영식 해외대체실장 등이 지난 1년 새 회사를 떠났다. 조인식 당시 리스크관리센터장(현 주식운용실장)만 남았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투자 판단이 검찰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대한 자괴감과 기금운용본부 전주 이전에 대한 불만 등이 겹쳐 핵심 운용역이 무더기로 이탈했다”며 “더 큰 문제는 퇴사한 인력 대부분이 안 실장같이 오랜 경험이 있는 고참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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