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저출산·인구 감소에 대응해 이민 늘리자는데…

입력 2017-04-24 09:00  

○찬성 “출산 장려책만으론 한계 이민 개방해야 선진국 된다”
○반대 “급격한 이민 확대 부작용 우려 출산율 높이는 게 우선”



저출산이 한국의 장기 발전을 가로막는 심각한 위험 요인이라는 지적이 많아졌다. 인구 구조가 피라미드 모습의 증가형에서 종 모양의 정체형을 지나 고령자가 많은 감소형으로 바뀌었고, 이대로 가면 ‘인구절벽’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경고다. 경제의 활력 감소, 효율성 저하가 우려된다. 하지만 막대한 재원 투입에도 불구하고 저출산율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 대안이 이민 문호를 획기적으로 열자는 주장이다. 한민족, 민족 순혈주의 같은 개념은 떨쳐버리자는 것이다. 인구 감소를 해결할 좋은 대안이 될까.



○ 찬성

영국 BBC와의 인터뷰 도중 아기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방송 사고로 유명해진 로버트 켈리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언론(한국경제신문) 인터뷰에서 의미있는 발언을 했다.

본인이 다문화 가정 가장인 켈리 교수는 “한국은 이민에 너무 소극적”이라며 “늦어도 5년 안에 인구절벽에 부딪힐 국가인데도 역대 어느 대통령도 이민 정책에 대해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국 이민정책의 폐쇄성을 꼬집은 지적이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한국인이라는 개념 자체를 바꿔야 할 때가 왔다”고 주장했다. 한국 여성과 결혼해 두 자녀를 둔 켈리 교수의 말에 저출산 문제의 원인과 현상, 해법이 다 들어있다.

이제 한국 젊은 여성들에게 더 이상 정부가 나서서 출산하라고 권유하고 유도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졌다. 효과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이 제정된 이래 약 100조원이 투입됐지만 출산율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인구담당 부(部)나 청(廳)을 둬야 한다거나 전담 부총리제로 가자는 의견까지 나오지만 이 또한 실효성은 장담할 수 없다.

방법은 두 갈래뿐이다. 영주권, 시민권의 취득 조건을 확 낮춰 문호를 넓히는 한편 늘어나는 고령자의 경제 기여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길이다. 단일민족이라는 신화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개방적인 이민 정책을 펴지 않고 선진국으로 간 나라는 없다.

○반대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합계 출산율(한 명의 여성이 일생 동안 낳는 아이)이 1.1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이고, 세계에서도 최저 수준인 것은 분명 위기적 상황이다.

그렇다고 외국인을 갑자기 대거 불러들이면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한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출산율 높이기 노력을 정책의 우선 목표로 둬야 한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예산도 필요하고 이 정책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끈기도 필요하다. 반짝 관심을 가졌다가 바로 포기하면 저출산 문제는 영원히 난제가 된다.

외국인 이민 문호 자체를 막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급작스럽게 수많은 외국 인력이 밀려들어오는 상황을 상정해보자. 언어와 문화, 관습이 다른 저소득층 외국인이 들어와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까. 사회 갈등 증폭, 치안 불안, 경제적 격차 등 예상되는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현재 수준의 다문화 가정만으로도 교육, 군 복무, 복지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미국은 국가 성립 자체가 이민제도에 기반했으며, 일본이 최근 외국인에게 문호를 개방했다지만 엄격한 점수제에 따라 아직은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정도다. 이민 확대 쪽으로 방향을 완전히 돌려버린 채 기존 저출산 대책을 포기한 뒤에 막상 외국인이 오지 않는다면 그때는 어떻게 하나. 학력, 기술력, 경제력을 갖춘 ‘수준 있는 외국인’이 미국이나 일본 대신 한국을 택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 생각하기

"보수적인 일본도 이민 개방 …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

저출산으로 인구절벽을 맞아 종래에는 이 땅에 한국인이 전혀 없을 것처럼 걱정하는 ‘인구 소멸 예상론’은 가상의 계산일 뿐이다. 실현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어떻게 부족한 인구, 인적 자산을 일정 수준으로 확보할 것인가 하는 전략의 문제다. 이민 정책에 관한 한 어떤 국가보다 보수적·폐쇄적이라는 일본조차 적극 개방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은 시사점이 있다. 일본도 2016년 인구통계를 낸 지 117년 만에 처음으로 신생아가 100만명 아래로 떨어지자 전문직을 중심으로 이민 문호를 더 열기 시작했다. 한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민 확대와 더불어 단지 나이를 이유로 고령자의 지식과 경험이 사장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노력도 절실하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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