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사드' 악재에 화장발 안받네…1분기 부진

입력 2017-04-24 15:26   수정 2017-04-24 15:31

아모레퍼시픽그룹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주요 브랜드 실적이 악화한 데 따른 것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의 1분기 영업이익은 3785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9.7% 감소했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줄면서 면세 부문이 부진했던 게 실적에 영향을 줬다. 지난해 기준 국내 매출에서 면세점 매출 비중은 절반에 가까운 42.6%였다.

중국인 입국자수 감소는 지난 3월부터 현실화됐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입국한 중국인 수는 37만8503명으로 전달보다 38% 감소했다.

특히 주요 중저가 브랜드인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에뛰드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보다 29% 줄어든 8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이니스프리의 영업이익도 463억원으로 11%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이들 브랜드에서 신제품 출시가 이어졌지만, 해외 관광객 유입 감소로 면세채널 매출이 부진했다"며 "광고비와 마케팅이 매출 회복세에 도움이 되지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도 컸다"고 설명했다.

비(非) 화장품 계열사도 영업적자로 전환했다.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지난해 1분기부터 뷰티계열사와 비뷰티계열사를 구분했다.

퍼시픽글라스 등 비뷰티계열사는 3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분기 12.2%에서 -7.1%로 대폭 하락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1조8554억원으로 5.5% 소폭 늘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설화수 헤라와 같은 스킨케어의 판매가 늘었고, 라네즈 마몽드 등은 메이크업 판매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해외사업은 견조하게 성장했다. 해외사업의 1분기 매출은 4770억원으로 17%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881억원으로 11% 늘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아세안, 미주를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전개하면서 중국 집중도를 낮출 계획이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발생한 매출(1조2573억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앞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지난 20년 간은 중화권에 역량을 집중했다"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신흥 시장에서 브랜드를 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말 이니스프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첫 매장을 열었다. 하반기엔 미주에서도 이니스프리를 선보이면서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매출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면세매출 회복은 과제로 남아있다. 앞으로 면세매출 부진이 가속화하면서 2분기 내수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현진 동부증권 연구원은 "중국인 관광객 감소가 4~5월에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2분기 면세점 실적은 작년보다 30%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연간 면세점 매출은 10% 이상 역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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