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논쟁할 때 실리콘밸리는 제품 출시
'판교 밸리'도 꿈 익는 창의적 공간 되길
김영대 <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장 >
법적 문제에 대한 법률 자문에 응하는 로봇, 일명 ‘법률챗봇(Legal Chatbot)’이 실리콘밸리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챗봇은 ‘수다를 떨다’를 뜻하는 ‘chatter’와 ‘robot’의 결합어인데 사람이 질문하면 자동으로 답변해 주는 대화형 메신저 프로그램이다. 법률챗봇은 인터넷에서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정도가 아니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곧 상담센터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고 한다.
법률챗봇은 이민, 주차단속, 건강보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 스탠퍼드대 학생 조슈아 브라우더가 개발한 주차위반 상담 법률챗봇 ‘두낫페이(DoNotPay)’는 자신이 불합리한 주차위반 단속을 당해 겪은 불편 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했는데 이 법률챗봇의 조언을 받은 사람들이 이미 16만건의 주차위반 고지를 취소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자신이 겪은 이민 문제의 복잡성을 개선하고 서류 작성을 돕기 위해 개발한 ‘비자봇(Visabot)’, 건강보험 선택 시 소비자의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 주기 위해 개발한 ‘보험챗봇’ 등이 있다. 법률챗봇 개발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운영업자에게 챗봇 프로그램을 판매하고 그 운영업자는 고객에게 법률챗봇을 이용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고객은 대부분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금융, 쇼핑, 배달 등에서 챗봇 기능이 도입돼 있다. 법률챗봇은 운영 초기라서 미래를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변호사를 이용하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다양한 사례에서 각각 다른 법률이 적용되는 복잡한 법률체계에서 정확한 답을 내놓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비행기 엔진에 센서를 부착해 운용정보를 수집하고 이 빅데이터를 분석, 필요한 부품을 교체해 장애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 같은 산업인터넷이 큰 관심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인터넷은 모든 제조공장에서 활용이 가능해 이미 산업인터넷 플랫폼을 만들어 시판하는 기업도 있다.
냉장고, 에어컨, 스마트TV 등 모든 물품에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인터넷으로 주고받고 이를 분석해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도래했다. 그렇지만 IoT 제품은 IoT를 이용한 디도스(DDoS) 공격 등 사이버 공격에 대한 우려가 있다. 실제 IoT를 이용해 유명 기업을 사이버 공격한 사례가 있다고 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IoT 제품의 소프트웨어가 안전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 사전에 진단해 보는 IoT 보안툴을 개발해 시판하고 있다.
이런 법률챗봇, 산업인터넷 플랫폼, IoT 보안툴 등이 최근 실리콘밸리 출장을 다녀오면서 직접 접한 새로운 내용들이다. 우리나라에도 적용되는 부분이 있으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실리콘밸리가 우리보다는 한발 앞서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실행이 빠른 것이다. 우리가 개념을 논의하고 도입 시 문제점을 논의하는 사이에 실리콘밸리에서는 제품이 출시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방문한 실리콘밸리 기업에서는 직원들의 젊음, 밝고 활기찬 분위기, 긍정적인 에너지를 듬뿍 느낄 수 있었다. 회사 내에 구내식당, 카페, 아이스크림 가게, 게임장, 예쁜 정원 등이 잘 갖춰져 있는데 모든 시설의 이용료가 무료이고 이 아이디어 자체가 모두 직원들로부터 나왔다고 한다. 어쩌면 직원들을 위한 꿈의 직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겉으로 보이지 않는 치열한 경쟁이 이곳에도 존재할 것이다. 그렇지만 직원들의 밝고 활기찬 표정에서 창의성은 이런 환경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판교밸리를 방문했을 때 실리콘밸리 못지않은 젊고 활기찬 분위기를 느꼈다. 우리의 판교밸리가 실리콘밸리 이상으로 직원들이 행복감을 느끼는 꿈의 직장이 돼 더욱 창의적인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해 본다.
김영대 <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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