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 코리아] 대선후보 공약엔 '기초과학 비전' 안 보인다

입력 2017-04-24 18:53   수정 2017-04-25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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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학기술 진흥…
정책 선점 경쟁하고 있지만 과학계 풍토 바꿀 청사진 없어



[ 박근태 기자 ]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은 ‘4차 산업혁명’과 ‘과학기술 진흥’ 아젠다를 놓고 정책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선 때마다 후보들은 과학기술계의 표심을 얻기 위해 각종 진흥 정책을 쏟아내지만 매번 과학계 표심 얻기에만 치우친 공약(空約)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후보들은 과학기술 전담 부처 신설, 청년 과학자 처우 개선, 연구과제 평가 개선 등을 쏟아냈지만 정작 한국 과학의 백년을 담은 큰 비전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사람에게 투자해 과학기술 혁신과 발전을 이루겠다”며 △비정규직 청년 과학자와 학생연구원의 정규직화 △연구비 마련이 어려운 청년 과학자를 위한 혁신실험실 지원 △여성 연구원의 임신·출산에 따른 경력단절 해소 △기초 연구비와 연구자 주도의 자유 연구비 2배 확대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창의적인 인재를 통한 국가 연구개발(R&D) 혁신을 내세웠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신규 채용을 통해 연구 인력을 4만명으로 늘리고 기초연구과제 중복지원을 허용하겠다”며 “R&D 평가 방식도 결과에서 과정 중심으로 개선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과학계 관계자들은 이런 정책이 일부 과학기술계 ‘표심’만을 노린 포퓰리즘적 정책의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청년 과학자 처우 개선이나 정부 거버넌스 개편이 표를 얻기는 좋지만 이것만으로 백년을 바라볼 기초과학 역량을 쌓기는 힘들다”며 “어떻게 장기 연구를 지원할지,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연구소의 비효율성을 어떻게 개선해 기초 역량을 다지는 데 사용할지 내용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다수 후보가 ‘4차 산업혁명’을 과학기술 정책을 포장하는 용어로 쓰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문 후보는 대통령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고 민관 협력으로 전기차, 자율주행차,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 3차원(3D) 프린터 등 핵심분야를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안 후보는 국가R&D 시스템을 4차 산업혁명 키워드에 맞게 ‘분권·협업·축적’이 가능하도록 개편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정보과학기술부를 신설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과학계는 자칫 4차 산업혁명이 지난 정부처럼 과학기술 정책을 포장하는 단기적 유행어에 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시절 ‘녹색성장’을,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내세우며 과기 정책을 이끌었지만 국내 R&D 시스템 혁신은 물론 자율성과 창의성이 강조되는 세계적 흐름마저 놓쳤다는 지적도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3D 프린터 등 핵심 기술을 시장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기초 연구의 다원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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