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측 "시시비비 단호히 가려 법적책임 묻기로"
송민순, 총장 사퇴…경쟁 후보들 문재인 비난하며 협공
[ 은정진 기자 ]
2007년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때 북한 의중을 반영해 기권 결정을 내렸다는 이른바 ‘송민순 회고록’의 진위 공방이 24일 결국 법적 논쟁으로 비화됐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측은 24일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후보자 비방,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문 후보 측의 고발 직후 송 전 장관은 북한대학원대 총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문건 맞공개로 진실공방
양측의 진실공방은 송 전 장관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노무현 정부 시절 유엔 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서 우리 정부가 기권표를 던지기로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 북한에 의견을 물었고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문 후보가 이에 관여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문 후보 측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면서 양측은 서로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자료를 제시하는 ‘문건 공개전’을 벌였다.
양측 간 쟁점이 된 부분은 기권 결정 시점이다. 문 후보 측은 2007년 11월16일 청와대 관저회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미 기권을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송 전 장관은 2007년 11월20일 새벽까지 논의가 계속돼 이 무렵 최종 결정됐다고 주장했다.
송 전 장관은 지난 21일 당시 정부가 확인한 북한의 견해를 청와대가 정리했다는 주장과 함께 관련 문건을 공개했다. 이에 문 후보 측은 23일 “결의안 기권은 2007년 11월16일 결정됐다”는 당시 회의 내용을 기록한 박선원 전 통일안보전략비서관의 메모를 맞공개하는 등 반발했다. 문 후보 측 관계자들은 “오히려 송 전 장관이 이때 기권으로 결정된 사안에 계속해서 반대를 고집하고 북의 반응을 확인하는 데 찬성하는 듯한 모습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송 전 장관은 “북의 반응에 따라 보고해 결정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반발했다.
◆송 전 장관 ‘손편지 공개’
송 전 장관은 문 후보와의 진실 공방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는 이날 자신이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서 찬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아 노 전 대통령에게 쓴 손편지를 공개했다. 손편지에는 ‘북한은 우리에게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참여정부는 보다 많은 접촉과 교류를 통해 북한의 안정과 발전을 도모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설득하는 데 애써왔습니다’ 등 내용이 담겼다. 특히 ‘참여정부의 흠을 잡는 데 혈안이 돼 있는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에게 좋은 공격 구실을 주는 것도 저로서는 가슴 답답한 일입니다’고 썼다. 송 전 장관이 손편지를 보낸 2007년 11월16일은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노 전 대통령 주재 청와대 관저회의가 있던 날이다.
각 당은 문 후보에 대한 공세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날 강원 유세에 나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문 후보 측이 전날 제시한 ‘송민순 반박 문건’에 대해 “뒤늦게 자기 서류를 공개했는데 그 서류가 진짜인지 아닌지 어떻게 믿느냐”며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역시 “문 후보는 이 문제에 대해 명확히 밝히는 것이 좋지, 자꾸 색깔론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위기관리 능력에 굉장히 문제가 있다”고 문 후보 측 태도를 비판했다. 바른정당 검증특위 부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은 “문 후보는 국민을 향한 치졸한 사기 은폐 행각을 중단하고, 고의로 누락시킨 메모의 나머지 부분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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