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덕봤다…한국은행, 4년 만에 '법인세 1조 클럽'

입력 2017-04-24 19:52   수정 2017-04-25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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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법인은 아니지만 이익 낸 만큼 세금 납부
삼성전자·현대차·한전 이어 납부액 기준으로 4위 규모

통안증권 발행 비용 감소
지난해 순익 3조3779억, 자산운용 성적도 '쏠쏠'



[ 김은정 기자 ]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을 담당하는 중앙은행으로 영리법인이 아니지만 장부상 이익을 낸다. 이익을 낸 만큼 국가에 세금도 낸다.

24일 국세청과 한은에 따르면 한은이 지난해 실적에 대해 남대문세무서에 납부한 법인세(지방소득세 포함)는 1조660억원에 달한다. 작년 하반기 3000억원가량을 미리 내고, 올 들어 이달 말까지 나머지 금액을 모두 납부한다. 2012년(1조2500억원) 이후 가장 많다. 지난해 4년 만에 최대 순이익을 거둔 덕분이다.

한은의 세금 납부액은 굴지의 기업들과 비교해도 적지 않다. 2015년 납부액 기준으로 ‘법인세 1조 클럽’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한국전력 세 곳밖에 없었다.


줄어든 통안증권 발행 비용에 호호(好好)

한은은 지난해 3조377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전년(2조7157억원)보다 24.4%(6623억원) 늘었다. 한은의 순이익이 급증한 데는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25%로 인하하면서 시중금리가 하락한 영향이 컸다.

중앙은행의 수익 구조는 일반 기업과 다르다. 대출·영업 등 직접적인 사업으로 이익을 내는 게 아니라 자산과 부채의 차이로 결정된다. 한은의 자산 대부분은 외환보유액과 외화 예치금으로 이뤄져 있다. 부채는 한은이 통화정책을 운용하면서 발행하는 통화안정증권이 상당수다. 한은은 통화량 조절을 위해 통안증권을 발행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한다. 한은의 순이익은 외화자산 운용수익률과 통안증권 발행금리 차로 이해하면 된다.

지난해 국고채 금리는 국내외 통화 완화에 대한 기대로 가파르게 하락했다. 5월 말부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에 따른 주요국의 정책 대응 가능성으로 7월에는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2%(3년 만기 기준)까지 떨어졌다.

이렇다 보니 한은의 통안증권 발행금리도 낮아졌다. 지급 이자 등 통화 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통안증권 발행과 이자 지급이 대부분인 한은의 지난해 총영업 비용은 전년 대비 1조4153억원 감소한 9조5916억원이다. 통안증권에 지급한 이자는 2015년 4조1021억원에서 지난해 3조591억원으로 줄었다.

미국 국채 값 오르고…주식 투자도 ‘쏠쏠’

외화자산을 중심으로 한 운용수익률도 나쁘지 않았다. 한은 외화자산의 약 70%는 미국 달러화다. 대부분 미 국채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미국 장기금리(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기준)는 연말에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재정 확대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와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로 소폭 반등했지만 연중 하향 안정세였다. 금리가 하락했다는 건 보유하고 있는 채권 가격이 그만큼 올랐다는 얘기다.

한은 전체 자산에서 7~8%에 불과하지만 주식 투자 성과도 좋았다. 지난해 선진국 주가는 미국을 중심으로 상승했다. 한은 관계자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절대 금액 자체가 크다 보니 주식 투자 수익률이 소폭만 상승해도 전체 순이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순이익을 많이 낸다고 한은에 돈이 쌓이는 건 아니다. 한은은 순이익의 30%를 적립금으로 쌓도록 한 한은법에 따라 지난해 순이익 중 1조134억원을 법정적립금으로 적립했다. 나머지 중 2조3230억원은 정부 세입으로 처리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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