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검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후보는 뽑지 않겠다"

입력 2017-04-25 17:19   수정 2017-04-26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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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검사 이야기 (16) 대선 앞두고 뒤숭숭한 검찰

공수처 신설·수사권 조정 공약
부작용 우려 목소리 높아



[ 고윤상 기자 ] 지난 21일 저녁 서울 서초동의 한 삼겹살집. 몇몇 검사가 술잔을 기울이며 대선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검찰 개혁안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만들면 결국 정치적 숙청의 도구로 전락한다” “검찰 조직을 공수처와 연결시켜 정치적 투쟁의 장으로 몰고 갈 것이다” “경찰에 수사권을 나눠주면 오히려 권력 남용만 발생할 수 있다” 등 검찰 개혁안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부부장검사는 “검찰이 국민 신뢰를 잃어버린 점은 반성해야 한다”면서도 “권력을 이런 식으로 나누면 쪼개진 권력을 쥐려는 자들이 또 생기기 마련”이라고 걱정했다.

2주도 채 남지 않은 대선을 앞두고 검사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누굴 뽑더라도 검찰 조직에는 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들은 개혁안과 실현 가능성, 후보의 성향 등을 나름대로 분석하며 선택지를 고르고 있다.

가장 강력한 개혁안을 들고 나온 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다. 문 후보는 공수처 설치,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검사들 사이에선 문 후보가 당선 후 검찰을 ‘적폐’로 규정하고 보수 성향의 검사들을 ‘손볼’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현직 부부장검사 B씨는 “검찰 내부에서는 문 후보가 당선되면 황교안을 믿고 따른 ‘황교안 라인’이 최우선 청산 대상이라는 말이 나돈다”며 “차기 검찰총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검사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반대로 문 후보가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검찰과 손잡을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있다. 문 후보가 검찰에 등을 돌렸다가 어려움을 겪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지켜봤다는 이유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 C씨는 “모든 후보가 선거 전에는 검찰 개혁을 얘기하지만 정작 당선되면 검찰을 어떻게 장악할지 고민하는 게 현실”이라며 “문 후보가 당선되면 검찰 내 보수 성향 검사들의 입지는 어찌됐건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공수처 설립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공약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안 후보에 대해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전망이 강하다. 원칙에 따라 검찰 개혁안을 밀어붙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 현직 특수통 검사는 “안 후보는 당선되면 일단 개혁안을 공약대로 실행할 것 같다”며 “박지원 대표도 검찰 개혁에 상당한 힘을 실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공수처 설립에는 반대하면서도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총장 외부 영입 등은 지지하고 있다. 검찰 출신인 만큼 검찰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게 검사들의 공통적 평가다. 13년차 검사 D씨는 “검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후보는 뽑지 않는다는 게 선거를 앞둔 검사들 나름대로의 원칙”이라며 “누가 되든 검찰을 장악하려는 ‘악마의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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