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은 영화가 되고, 영화는 현실이 된다. SF영화 고전인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년)가 우주비행과 인공지능(AI)을 보여줬다면, ‘스타워즈’(1977년)는 외계인과 휴머노이드(인간을 닮은 로봇)를, ‘블레이드 러너’(1982년)는 복제인간과 비행 자동차를 보여줬다. 이후 SF영화들은 마치 세 영화의 속편 같다. 40~50년 전 개봉 때는 쇼크였던 AI 로봇 비행차 등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1년 전 바둑AI 알파고로 세상을 놀라게 한 구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가 이번엔 ‘하늘을 나는 자동차(flying car)’로 화제다. 그가 설립한 X랩의 스타트업 ‘키티호크’가 최근 1인승 비행차의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엔지니어가 탄 비행차 ‘플라이어’는 소형 프로펠러 8개로 수직 이착륙하고 5분간 비행했다. 키티호크란 회사명도 흥미롭다.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최초로 유인 동력비행에 성공한 곳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키티호크였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라는 꿈은 꽤 오래됐다. 포드자동차 창업자인 헨리 포드는 1940년 이미 “자동차와 비행기의 결합이 일어날 것이다. 지금은 웃겠지만 그런 날이 온다”고 예언했다. 1946년 테드 홀의 ‘플라잉카’가 대중의 관심을 모았지만 실패했다. 1956년 미 육군은 헬리콥터보다 쉽게 나는 ‘플라잉 지프’ 개발을 시도했다. 우여곡절 끝에 2003년 미국 발명가 폴 몰러가 ‘스카이카’의 시험비행에 성공하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최근엔 더 빨라졌다. 미국 테러푸지어는 자율주행기능이 가미된 비행차 ‘TF-X’를 내년까지 완성한다는 목표다. 도로를 달리다 날개를 펴서 비행하는 방식이다. 프랑스 에어버스는 비행차 ‘팝업’의 연내 시험비행을 예고했다. 두바이 정부는 중국 이항과 함께 오는 7월께 드론 택시를 선보인다. 우버도 비행 택시를 개발 중이다. 영화 ‘제5원소’처럼 하늘을 나는 택시가 등장할지 주목된다.
비행차는 평면인 지구를 3차원으로 무한확장하는 의미가 있다. 2019년 LA가 배경인 ‘블레이드 러너’의 비행차 ‘스피너’처럼 난다면 교통체증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은다. 기존 항공교통망으론 생명 안전을 담보할 수 없어서다. 도로 및 항공교통 시스템과 관련 제도를 완전히 다 바꿔야 한다. 기술적으로도 소음, 배터리 한계 등 숙제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10년쯤 뒤엔 비행차가 상용화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아직 자율주행차도 시험단계인데 서울~부산을 두 시간이면 가는 자가용 비행차가 먼 미래 일이 아니다. 눈이 핑핑 돌아가는 시대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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