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 영업장 지정에 청년창업자들 '볼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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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아라 기자 ] 규제개혁의 상징 격인 '푸드트럭'이 또 다른 규제에 발목 잡혔다. 차량 구조변경을 허용하면서 정작 영업은 정부가 지정해놓은 곳에서만 허용했기 때문이다. 푸드트럭 창업에 뛰어든 청년들은 현실과 맞지 않는 기준 탓에 불법 영업을 택하고 있다.
'언니쓰스시' 푸드트럭 창업에 나선 최선화 씨(28)는 허가된 푸드트럭 영업장을 더 이상 가지 않기로 했다. "합법화된 영업장은 손님이 너무 적어요." 최 씨의 푸념이다. 각종 세금을 내고 허가된 영업장에서 장사하면 수익이 나지 않았다. 그는 "각종 행사가 열리는 곳을 여기저기 찾아다니는 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
'푸드캠핑' 운영자도 "푸드트럭은 목이 중요하다. 어쩔 수 없이 불법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정부가 2014년 규제개혁의 일환으로 도입한 푸드트럭 사업의 현실은 이처럼 어둡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사업자가 여전히 규제가 많다는 이유로 푸드트럭 영업이 음성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담당 부처인 국무조정실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푸드트럭 구조변경 차량은 1500대로 파악된다. 합법화된 푸드트럭 수는 448대(지난달 기준)로 집계됐다. 나머지는 불법 운영 사례로 볼 수 있다.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항변이다. 정부가 합법적으로 지정한 푸드트럭 영업장은 유원지, 관광시설, 체육시설, 도시공원, 하천, 학교, 고속국도 졸음쉼터, 국유공유재산 및 지자체 조례로 정하는 시설 등이다. 각 허용 구역별 관리주체가 관련 법령과 이용객 안전 등을 고려해 영업장을 선정하고, 공모 절차를 거쳐 푸드트럭 영업자로 허가를 받으면 영업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업자들은 공모 단계부터 걸림돌로 인식한다. 지정 영업장 대부분이 수익성 있는 상권이 아닌 데다 이동 장소마다 신고증을 제출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서다. 신속히 이동하는 푸드트럭의 강점을 살릴 수 없는 구조다.
강원도 속초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원하는 영업장에서 장사를 하려면 지자체가 일일이 공모에 신청하도록 업자가 유도해야 하는 처지"라며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푸드트럭을 창업했더니 실제로는 절차가 너무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준스트럭을 운영하고 있는 구본준 씨(27)도 "제주도 서귀포 해안도로에서 영업하려면 주소지가 서귀포시로 되어 있는 사업자만 신청이 가능하다"면서 "주소지 문제로 신청을 못했다. 규제 완화한다고 해서 푸드트럭을 창업했더니 또 다른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고 꼬집었다.
영업장 허가 기준도 복잡하다. 푸드트럭 영업에 이용할 수 있는 전기와 상수도가 들어오는 지역이나 폐기물 처리시설, 악취 발생원 등이 없는 위생적인 지역인지 등을 감안해 선정한다. 기존 상권과의 마찰도 중요 변수다.
이런 점들을 모두 고려하다 보니 수익성 있는 노른자위 상권이 영업장으로 선정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생계 유지가 어려운 푸드트럭 업자들은 합법 영업장을 외면하고 사람들이 몰리는 지역 축제나 대학 행사 등을 쫓아다닐 수밖에 없다. 지역 축제에 합법적으로 참가할 경우에도 입점비용 10만~20만 원에 하루 매출액의 10~20% 가량을 수수료로 내면 남는 게 거의 없는 형편이다.
원티드 푸드트럭을 창업한 윤준성 씨(24)는 "하루 매출이 15만~27만 원 정도다. 재료비, 유류비, 각종 수수료 등을 제하면 겨우 인건비만 건지는 '본전치기' 수준"라고 토로했다. 함께 창업한 동업자 두 명은 손을 털었고 지금은 윤 씨 혼자서 푸드트럭을 운영 중이다.
정부는 푸드트럭 합법화 초기 영업장소를 유원시설로만 한정했다가 2015년 10월 이후 도시공원, 관광단지, 졸음쉼터, 공용재산 등 8개소 및 지자체가 조례로 정하는 장소까지 확대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입장.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임의로 모든 구역을 합법적으로 영업하게 되면 불법노점상과 다를 바 없다. 기존 자영업자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영업을 허가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도 도로교통법 등 법령상 문제나 소음공해, 생활먼지 등 여러 민원이 발생할 수 있어 지정된 곳에서만 영업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진국 배재대 기업컨설팅학과 교수는 "규제 안에 다시 규제를 만든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단순히 창업할 수 있게 만드는 수준을 넘어서 실제로 영업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소비자와 사업자 상황을 다각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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