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 겸 국민은행장 "직원들이 일류 돼야 리딩금융그룹…실적에 일희일비 않겠다"

입력 2017-04-2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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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객 눈높이 맞춘다
영업점 재편해 고객 대응 1순위로
점심 시간엔 전 직원 자리 지켜
올해 복합점포 50여곳으로 확대

핀테크 등 직원 역량 강화 분주
실리콘밸리 견학해 미래금융 열공
매주 직원들과 경영철학도 공유



[ 이현일 기자 ] “리딩 금융그룹이 된다는 것은 직원 모두가 일류가 돼야 가능한 일입니다. 실적에 일희일비 하기보다 진정한 업계 리더가 되려고 합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사진)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KB금융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올해 이후 KB금융의 비전을 이같이 밝혔다. KB금융은 2011년 이후 최초로 지난해 연간 순이익 2조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냈다. 윤 회장 취임 2년 만에 거둔 성과다. 지난 1분기에는 지주사 설립 이후 최대인 8701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신한금융그룹과 치열한 선두 다툼을 예고했다. 금융업계에선 2014년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다툼 직후 구원투수로 등판한 윤 회장이 KB금융을 빠르게 재도약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CEO와 대화’로 경영 메시지 공유

KB금융의 도약을 이끈 건 비은행 부문의 두드러진 성장이다. 윤 회장은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인수한 데 이어 이듬해 현대증권(현 KB증권)을 인수하면서 명실상부한 종합금융그룹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윤 회장은 “소매 채널이 강한 현대증권과 기업투자금융(CIB) 쪽에 강점이 있는 KB투자증권을 결합해 KB증권으로 거듭나면서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룹 실적이 크게 개선됐지만 윤 회장은 아직도 위기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지난 2년간 가장 공을 들인 게 직원 개개인을 변화시키는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직원들이 적응하지 못하면 조직 전체가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윤 회장이 임직원에게 매번 “손가락만 보지 말고 달을 보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변화하는 주변환경 속에서 눈앞에 펼쳐진 현상이 아니라 본질을 봐야 한다는 당부다.

윤 회장은 직원과의 소통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직원과의 만남’과 같은 공식행사뿐 아니라 외부 일정이 없는 날이면 거의 매주 10명 안팎의 직원, 팀장, 지점장을 모아 식사를 함께하며 대화를 나눴다. KB금융그룹 전 직원이 공유하는 인트라넷에는 ‘최고경영자(CEO)와의 대화’ 코너를 만들어 직원과의 만남을 사진과 글로 올리고 경영 메시지도 공유한다.

재도약하는 국민은행

윤 회장은 올해 KB금융의 재도약을 자신했다. 1분기 호(好)실적에 자신감도 붙었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국민은행이 올 한 해 어느 때보다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그동안 추진해온 인력 조정과 영업점 재편 전략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어서다.

윤 회장은 지난해 내내 “온라인에선 24시간 금융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지점이 예전과 같은 방식의 영업을 해서는 안 된다”며 “고객들이 오프라인에서 훨씬 편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고 임직원에게 주문했다.

이를 위해 취임 후 지난해까지 획일적인 형태의 국민은행 점포를 개인 소비자형, 기업 소비자형, 자산관리형, 복합형, 기업 소비자 및 자산관리형 등으로 세분화한 뒤 이에 맞춰 전국 지역본부와 영업점을 재배치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 2800여명 규모의 희망퇴직도 받았다.

인력이 줄어든 대신 불필요한 일은 과감하게 줄여 업무도 효율화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오래된 규정과 지침, 제도를 폐지하고 각종 장표, 전산처리 업무도 최대한 후선으로 배치해 영업점에선 소비자에게만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환경을 바꿨다.

유연근무제도를 활용해 업무 효율도 높였다. 윤 회장은 “손님도 없는 오전 9~11시에 지점 직원들이 자리에 앉아있을 필요가 없으니, 차라리 아침에 자녀를 챙기고 늦게 출근하는 게 낫다”며 “대신 고객이 몰리는 점심시간부터는 전 직원이 영업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국민은행이 약점으로 여기는 외환업무와 기업금융 부문을 강화할 방침이다. 그룹 차원에서 은행과 증권, 보험사 등이 협업하는 복합점포를 적극적으로 늘려 성과를 높일 계획이다. 윤 회장은 “현재 31곳인 복합점포를 앞으로 50곳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래 KB금융’ 대비도 착착

윤 회장은 4차 산업혁명시대 대응과 글로벌 진출 등 미래를 위한 준비에도 적지 않은 시간을 쏟고 있다. 윤 회장은 각종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 빽빽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로 1주일간 출장을 갔다. 미래금융, 전략 담당 임원들도 함께 데려갔다. 출장 기간 윤 회장은 구글과 아마존 등 IT(정보기술)기업을 비롯한 현지 핀테크(금융기술) 업체, 금융회사 등도 돌아봤다. 그는 “금융환경 변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이에 대응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KB금융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돌아보고, 좋은 사례는 배워 오려고 했다”고 말했다.

올해 윤 회장은 KB금융의 해외 진출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초부터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4개국을 방문해 현지 상황을 둘러보고 진출 가능성을 타진했다.

그는 “동남아 시장은 우리가 노력하는 만큼 성장 가능성이 열리는 새로운 시장이란 걸 눈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KB금융은 지난해 라오스에서 현지기업과의 합작회사인 KB코라오리싱을 설립하고, 미얀마에선 소액금융 전문회사인 ‘KB마이크로파이낸스’를 세웠다. 캄보디아에선 글로벌 디지털뱅크인 ‘리브 KB 캄보디아’를 출시하는 등 활발한 해외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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