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하는 '보수 텃밭'
박근혜 정부·구여권에 실망한 보수층
반기문→황교안→안철수로 이동
TV토론 거치며 안풍도 시들
홍준표 약진 속 투표율이 변수
막판 단일화 성사땐 결집 가능성
"'샤이 보수' 선택에 사활 달렸다"
홍준표·안철수·유승민, TK 찾아 총력 유세전
[ 김채연 기자 ]
‘5·9 장미대선’을 11일 앞둔 상황에서 대구·경북(TK) 지역 표심이 요동을 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 정부와 보수 기득권층에 실망한 TK 민심은 그동안 일정한 방향성 없이 표류해왔다. TK 지지율 1위 대선후보는 수시로 바뀌고 있다. 최근 들어 ‘안풍(안철수 바람)’이 잠잠해지자 TK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지지율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TK 유권자(약 429만명)는 전체 유권자의 10분의 1 수준이다. 부산·경남(PK) 유권자(663만명)를 포함한 영남권 유권자(약 1092만명, 전체 4분의 1)의 표심이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들해진 ‘안풍’… 보수 후보 재부상하나
지난해 말과 올해 초 탄핵 국면 당시만 해도 TK 내 유력 주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불출마하면서 갈 곳 잃은 TK 표심은 더불어민주당의 안희정 충남지사에게로 향했다.
한국갤럽의 3월 둘째주 조사(7~9일, 1005명,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TK 지지율 1위는 29%의 지지를 얻은 안 지사였다. TK 내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중도 보수를 표방한 안 지사에게로 표심이 쏠린 것이다.
각 당 후보가 확정되자 TK 표심은 다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향했다. 안 후보는 지난 5일 대선후보 확정 직후 갤럽의 TK 지지율 조사(4~6일, 1005명)에서 38%의 지지로 단숨에 1위를 차지했다.
이후 ‘안풍’을 타고 2주째(11~13일, 1010명)에는 48%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25%, 홍 후보는 8%, 유 후보는 1%까지 떨어졌다. 안 후보가 안보이슈에서 ‘우클릭 행보’를 한 것도 TK 표심을 자극했다.
그러나 네 차례의 TV토론을 거치면서 ‘안풍’은 시들해졌다. 갤럽의 4월 셋째주 조사에서 안 후보는 TK 지지율이 23%로 하락했다. 반면 홍 후보가 26%의 지지를 얻어 TK 내 1위로 부상했다. 문 후보는 24%로 큰 변동이 없었고, 유 후보는 9%포인트 오른 10%를 기록했다.
같은 영남권이지만 PK에서는 분위기가 다르다. PK에서는 최근 3주간 지지율 순위 변동이 없다. 문 후보 40% 초반, 안 후보 20%대 후반, 홍 후보 10% 초반, 유 후보 3%대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TK 투표율이 관건
홍 후보와 안 후보, 유 후보는 일제히 TK 지역에 화력을 퍼붓고 있다. 홍 후보는 전날 대구를 찾은 데 이어 이날엔 구미를 찾았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 제주도를 방문한 뒤 오후에는 경주와 대구로 이동, 보수 표심 다잡기에 나섰다. 유 후보도 대구를 찾았다. 전문가들은 보수층 표심의 향방과 이들의 투표율이 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한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이념 성향별로 보수층의 투표 의향이 가장 낮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구여권에 실망한 보수층은 여론조사에 거의 답하지 않고 있다”며 “이들을 투표장에 이끌어낸다면 지금 지지율보다 훨씬 높은 득표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수는 후보 단일화다. 바른정당이 제안한 국민의당, 한국당, 바른정당 ‘3자 간 원샷 단일화’가 성사된다면 보수 표심은 단일 후보에게 쏠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후보 모두 부정적이어서 성사될 가능성은 낮다. 세 후보 모두 독자 완주할 경우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