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끝없이 포개지는 우주…궁극적 실체는 수학적 구조

입력 2017-04-27 19:57   수정 2017-04-28 05:07

맥스 테그마크의 유니버스

맥스 테그마크 지음 / 김낙우 옮김 / 동아시아 / 600쪽 / 2만6000원



[ 서화동 기자 ] 고대 인도에서 비롯된 불교의 우주관을 한마디로 압축한 것이 삼천대천(三千大千)세계다. 해와 달을 갖춘 태양계와 같은 세계가 1000개 모인 것이 소천(小千)세계요, 소천세계가 1000개 모인 것이 중천(中千)세계, 중천세계가 1000개 모인 것이 대천세계다. 대천세계에는 10억개의 세계가 있다는 얘기인데, 10억이라는 숫자는 무한대를 상징한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물리학에서 이런 중첩된 우주관이 본격 대두한 것은 20세기 이후다. 우주의 탄생을 설명하는 빅뱅이론을 필두로 우주는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팽창하고 있다는 팽창이론 등이 나오면서 우주는 하나가 아니라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것이 정설로 굳어지는 추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포함한 우주와 또 다른 우주가 다른 모습, 다른 차원으로 나란히 있다는 평행우주, 다중우주 이론이 대표적이다. 2014년 영화 ‘인터스텔라’에는 책장 뒤로 수십 개의 이미지가 겹쳐진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의 과거, 현재, 미래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우주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맥스 테그마크의 유니버스》는 이런 평행우주, 다중우주의 궁극적 실체를 찾아나선 저자의 과학적 자서전이다. 저자 맥스 테그마크는 스웨덴 출신 물리학자이자 우주론 학자로 미국 MIT 교수다. ‘우주의 궁극적 실체를 찾아가는 수학적 여정’이라는 책의 부제처럼 저자는 우주를 수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질세계가 수학으로 기술될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수학이며, 우리는 거대한 수학적 대상의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주의 물리적 실체에 대한 수학적 설명을 시도해왔다. 지구의 크기, 달과 태양, 행성, 별, 은하까지의 거리, 우주공간의 기하학적 설명 등이 모두 수학에 의해 시도됐고 밝혀졌다.

저자는 은하를 넘어서는 거시세계부터 원자보다 작은 미시세계까지 탐구하며 4가지 레벨(단계)의 다중우주를 소개한다. 먼저 구분해야 할 게 있다. 평행우주는 하나의 우주와 닮은꼴인 우주가 나란히 있는 것이고, 다중우주는 이런 우주들이 불규칙하게 섞여 생성, 소멸하는 더 큰 차원의 우주다. 1레벨의 다중우주는 지구를 중심으로 한 구형(球形)영역인 ‘우리 우주’와 같은 크기의 공간인 평행우주가 모여 형성한다. 우리 우주에서 나온 빛은 빅뱅 이후 140억년 동안 우리에게 달려왔으나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 따라서 지금은 관측할 수 없지만 영원히 관측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2레벨 다중우주는 빅뱅이론 다음에 등장한 급팽창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우주가 급팽창하면서 새로 생겨나는 공간 때문에 우리가 영원히 관측할 수도, 도달할 수도 없는 곳이다. 3레벨 다중우주는 양자역학에서 파생된 것으로, 양자 힐베르트 공간의 무한 확장성을 바탕으로 한다.

이런 여정을 거쳐 저자는 마지막으로 4레벨의 다중우주를 제시한다. 그 바탕은 수학적 우주가설이다. 수학적으로 존재하는 모든 구조들이 물리적으로도 존재한다는 게 이 가설의 핵심이다. 예를 들면 3차원 테트리스 게임 FRAC은 게이머가 키보드를 만지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수학적 규칙에 의해 결정된다. 이처럼 수학적 구조들이 4레벨 다중우주를 형성한다는 것. 저자는 “우리가 사는 우주에서도 아직은 우리가 알아채지 못한 작은 스케일에서는 시공간에 숨겨졌던 불연속성이 발현될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추측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윤성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추천사에서 “테그마크 교수의 수학적 다중우주 가설은 설명되지 않은 신비를 거부하는 과학적 결정론의 종착지”라며 “매력적인 책”이라고 했다.

저자도 인정하듯이 다중우주는 아직 학계에서 논란이 되는 개념이다. 그의 수학적 다중우주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복잡한 우주론 이해에 필요한 천문학, 양자역학, 양자물리학, 상대성이론부터 급팽창이론, 평행우주, 4단계의 다중우주까지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한다. 다양한 사진과 그림, 표까지 덧붙여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을 저자의 ‘과학적 자서전’이라고 한 것은 물리학에 천착한 25년 동안 켜켜이 쌓아온 과학적 지식과 더불어 과학자로서 겪었던 성공과 실패 이야기까지 솔직담백하게 담고 있어서다. 이 또한 딱딱한 우주론 이야기에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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