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세에 골프 시작한 늦깎이…프로 데뷔 10년 만에 정상
[ 최진석 기자 ] 바람이 문제였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유진그룹/올포유 전남오픈(총상금 5억원)이 열린 전남 무안CC(파72·7050야드)에선 대회 기간 내내 강한 바람이 불었다. 최종 4라운드가 열린 30일에도 초속 5m의 바람이 선수들을 괴롭혔다.
송경서 프로(JTBC 해설위원)는 이날 “바람을 극복하는 골퍼가 우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수들은 바람 때문에 특히 ‘파3’홀에서 곤욕을 치렀다. 1~3라운드까지 이번 대회에서 가장 어려운 홀 상위 4개가 모두 파3홀이었다. 11번홀(전장 181m)이 평균 3.37타로 1위였고, 3번홀(178m)이 평균 3.35타로 2위, 14번홀(154m)과 7번홀(180m)이 그 뒤를 이었다. 핀 위치와 그린의 상태도 영향을 미쳤지만 강한 바람이 핀 옆에 공을 붙이는 걸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4라운드에서도 바람 앞에서 선수들의 타수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바람과 친숙한 김성용(41)과 현정협(34)이 우승 경쟁에 나섰다. 현정협은 제주 출신이고, 베테랑 김성용은 이 지역 출신이다. 현정협은 “제주에서 자랐기에 바람과 친숙하다”고 말했다. 김성용은 “광주에서 태어났고 처가도 무안이라 고향에서 경기하는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바람이 선택한 골퍼는 김성용이었다.
전날 3라운드까지 중간합계 8언더파 208타로 단독 선두를 차지한 김성용은 첫 홀인 1번홀(파5)에서 보기를 범하며 이글을 잡은 현정협에게 선두 자리를 내줬다. 이후 3, 4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공동선두 자리로 복귀한 김성용은 9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으며 1타차 단독 선두로 전반을 마쳤다. ‘제주 사나이’ 현정협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첫 홀 이글 후 9홀 파 행진을 이어가다 11번홀에서 버디를 낚으며 10언더파 공동선두로 복귀했다. 이후 김성용이 11번홀에서 1m도 안 되는 파 퍼팅에 실패하면서 보기를 기록, 9언더파로 내려왔다.
현정협은 11번홀에 이어 12번홀(파5), 14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12언더파 단독선두로 달아났다. 파3홀에서 2개 버디를 잡으며 바람에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김성용도 보기에 흔들리지 않고 13번홀(파4), 15번홀(파4)에서 징검다리 버디를 잡으며 1타차 추격을 이어갔다.
운명은 16번홀(파5)에서 갈렸다. 3번 우드로 그린을 직접 노린 김성용의 두 번째 샷이 핀 옆 2.8m 지점에 멈춰서 이글 기회를 잡았다. 김성용은 깔끔하게 퍼팅을 성공시키며 승부를 뒤집었다. 파에 그친 현정협을 1타차로 제치고 단독 선두에 올랐다.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로 2위에 1타차로 우승을 차지했다.
학창시절 태권도와 유도 선수로 활약한 김성용은 군복무를 마친 뒤 24세부터 골프를 시작한 늦깎이 골퍼다. 2007년 KPGA 투어에 데뷔한 그는 10년 만에 40대가 돼서야 우승 맛을 봤다. 김성용은 “우승을 했다는 게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며 “힘든 시간 믿고 기다려준 가족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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