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흑자전환에도 협력사들은 여전히 '한파'

입력 2017-04-30 19:28   수정 2017-05-01 06:15

통영 조선 기자재업체들 일감없어 고사 위기

납품량 적어 기계 가동 중단…단가도 낮아져 수익성 악화
"올해 어떻게 버틸지 막막…기술 중소기업에 특단지원 필요"



[ 조아란 기자 ] 지난 27일 경남 통영에 있는 조선기자재업체 청암산업 공장은 업무시간인데도 고요했다. 생산량이 급감해 기계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대형 조선소에 배의 내구성을 높이는 보강재를 납품해 온 이 회사 앞마당에는 약 150t 규모의 제품이 흩어져 있었다. 작년 9월까지만 하더라도 1000t의 제품이 쌓여 있던 곳이다. 정연면 청암산업 대표는 “한창 때는 하루 100t을 생산해 앞마당에 쌓아 놓았지만 지금은 하루 생산량이 25t에 불과하다”며 “기계를 사용하던 작업 공정을 올스톱시키고 사람들끼리 작업하는 상황이라 공장에서 소음이 사라진 지도 오래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조선중소기업엔 여전히 한파

올 들어 대형 조선사들은 반등 분위기가 뚜렷하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한진중공업 등 4개 상장사의 지난 1분기 신규 수주 실적은 31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92% 증가했다. 현대중 삼성중 대우조선 등 빅3도 지난 1분기에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이들 회사에 기자재를 납품하는 중소 협력업체들은 여전히 사경을 헤매고 있다. 청암산업은 지난해 10월 2012t이던 생산물량이 12월에 1702t으로 떨어진 뒤 지난 2월엔 742t으로 고꾸라졌다. 매출도 작년 10월 5억2300만원에서 지난 2월 2억원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이 회사는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 10억원을 들여 보강재를 가공하는 그라인더 기계 등을 개발했다. 그러나 주문 감소로 근로자 일감이 줄어들자 기계 가동을 아예 중단하고 수작업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49명이던 직원도 31명으로 줄었다. 정 대표는 “26년 동안 이 일을 한 베테랑 직원 하나는 낚싯배를 운전하겠다고 나갔고 중장비 제조공장에 일자리를 구한 직원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원 중소기업진흥공단 경남서부지부장은 “빅3 조선사를 비롯해 2, 3차 협력체 직원을 포함한 조선업종 인원 감축 규모는 최대 7만명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전국 10인 이상 조선해양산업 종사자 중 45.5%에 해당하는 6만6248명이 일하는 경남 지역은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이런 상황은 인근 조선기자재업체들도 비슷하다. 해양 시추 작업 때 사용하는 알루미늄 구조물을 생산하는 칸정공도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박기태 칸정공 대표는 “알루미늄은 녹는 점이 낮아 가공이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우리 회사에 확고한 기술적 우위가 있다”면서도 “주변 여건이 워낙 좋지 않아 납품 단가를 낮춰 생산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출금 상환 요구도 큰 압박

중소 기자재업체들은 조선 경기 회복에 기대를 드러내면서도 “경기 회복을 체감하려면 적어도 내년이 돼야 한다”며 “올해 고비를 어떻게 넘길지 막막하다”고 걱정했다. 칸정공은 신규 사업 분야에서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박 대표는 “올해부터는 작년 신규 품목으로 생산하기 시작한 태양광 가로등을 미국·유럽 등에 수출하면서 2020년까지 버틸 계획”이라며 “2019년쯤 노후화된 선박의 교체 시기를 맞게 돼 그때쯤이면 세계적인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5월부터는 경영지원파트 직원을 줄여서 경기가 나아질 때까지 직원 수를 19명 이하로 유지할 계획”이라며 “더 이상의 감원은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대출금 상환 등이 큰 압박이 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업황이 나아질 때까지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을 엄선해 은행 이자나 4대 보험료 납부 등을 유예해 주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영=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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