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경제부 기자) 한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수출, 투자 등 각종 경제 지표가 개선되면서입니다. 반도체와 건설 등 특정 산업에 의존한 성장인데다 내수 관련 지표가 좀체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여전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는 가운데 한국 경제를 해석하는 전혀 다른 지표가 동시에 나와서 눈길을 끕니다. 한국은행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얘기입니다.
한국은행은 4월 BSI 발표를 통해 “4월 제조업황 BSI(83)가 전월 대비 4포인트 오르면서 4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고 발표했습니다. 2012년 5월(83) 이후 4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5월 업황 전망 BSI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모두 전월 대비 3~4포인트씩 오르며 84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업종별로 보자면 공기청정기 업체 등이 포함된 전기장비가 10포인트 올랐고 반도체·디스플레이 설비업체 등 기계장비 업종도 8포인트로 높은 상승 폭을 나타냈습니다.
한은이 약 5년 만에 제조업 체감지수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발표하자 “BSI에도 경기 회복세가 그대로 반영됐다”며 “소비도 살아날 조짐”이라는 해석이 이어졌습니다. 반도체·석유화학업종의 수출 호조로 기업들이 경기 회복을 체감하고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 한국경제연구원은 전혀 다른 분석을 내놨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4월 BSI를 조사한 결과 5월 전망치가 3개월 만에 하락한 91.7를 기록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휴일 증가에 따른 영업일 감소와 국내 정책의 불확실성, 미국·중국의 보호무역주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한국경제연구원의 설명입니다. 4월 실적치(89.7)의 경우 한 달 만에 다시 90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통상 5월은 내수에 대한 기대로 기업들이 바라보는 경기가 긍정적인데, 올해는 부정적으로 나타났다”며 “4월보다도 전망치가 하락해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으로 여겨진다”고 전했습니다.
동일한 경기를 두고서도 왜 이렇게 두 기관의 해석과 전망이 상반되게 나타날까요. 일단 조사 대상과 방식 등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한은은 제조업, 비(非)제조업, 대기업,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전체 3313곳을 조사합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매출 600대 기업만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고요. 대기업 위주의 분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한은은 절대적인 기준치를 두고 ‘좋다, 보통이다, 나쁘다’ 식으로 조사를 진행하지만 한국경제연구원은 전월과 비교하는 형태로 조사를 합니다. 한은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가가치 기준을 적용해 업종별로 가중치를 두고 있는 점도 다른 점입니다.
엄밀히 보면 한은의 BSI도 마냥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만은 없습니다. BSI는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상황을 나타낸 지표입니다. 기준치인 100 이상이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죠.
한은의 BSI를 보면 개선된 건 맞지만 여전히 100을 밑돌고 있거든요. 이와 관련 한은 관계자는 “아무래도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관점에서 리스크 관리를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BSI가 100을 웃돌긴 쉽지 않다”며 “그래서 흐름을 좀 더 의미 있게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일각에선 “경제 지표들이 나아지고 있어도 저성장 기조가 계속되고 있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명확하게 경기 상황을 단정지어 해석하긴 어렵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다양한 기관의 발표를 종합해보면 수출 호조 등에 따른 긍정적인 경기 전망과 함께 신(新)정부 출범 이후 규제 강화 움직임 등 다양한 변수를 우려하는 기업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대선 후보들에게도 이런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길 바랍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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