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경영' 속도 내는 기업들] 롯데그룹, 무분별한 스펙에 태클…직무능력만 따져 채용

입력 2017-05-02 09:38  

[ 안재광 기자 ]
롯데그룹은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스펙보다 직무능력을 우선시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춰 나가고 있다.

2009년 직무별 필요 역량을 기반으로 한 선발 전형 ‘구조화 역량 면접’을 도입했다. 2011년엔 신입 공채 시 학력 제한을 대학 졸업자에서 고등학교 졸업자로 낮췄다. 작년부터는 사진, 수상경력, 정보기술(IT) 활용능력 등 직무 연관성이 크지 않은 항목은 입사지원서에 쓰지 않게 했다. 일부 직무를 제외하고는 어학점수와 자격증 제출도 요구하지 않는다. 작년 하반기 채용 때부턴 면접 시 ‘자율 복장’을 채택했다. 지원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2015년 상반기엔 ‘롯데 SPEC 태클 오디션’이란 채용 제도도 마련했다. 기존 상반기, 하반기 공채는 그대로 하고 별도의 제도를 도입했다. 화려한 볼거리란 뜻의 영어 단어 ‘spectacle’에서 따왔다. ‘무분별한 스펙 쌓기에 태클을 건다(spec-tackle)’는 의미다. 학벌 등 스펙 중심의 서류전형에서 벗어나 직무능력만으로 사람을 뽑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서류전형에는 이름, 이메일, 주소, 연락처 등 기본 인적사항만 적는다. 평가는 직무 관련 주제를 주고 기획서나 제안서 혹은 자기 PR 동영상을 제출하도록 한다. 면접 전형도 회사별, 직무별 특성을 반영한 주제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이나 미션 수행 등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롯데는 2013년 국내 기업 중 처음 ‘다양성 헌장’이란 것도 발표했다. 구성원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차별을 철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성별, 문화, 신체, 세대의 다양성을 존중하겠다고 선언했다. 신입 공채 이외에 SPEC 태클 오디션 채용을 비롯해 장애인 특별채용, 국가 기여형 인재채용, 여군장교 특별채용, 아이디어 공모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인재를 모집해 조직 다양성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롯데는 여성 인재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근무 여건을 만드는 데도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2년 9월부터 출산을 앞둔 여직원의 자유로운 육아휴직제도 이용을 위해 관련 시스템을 개선했다. 워킹맘이 회사 눈치를 보느라 육아휴직을 마음껏 쓰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롯데는 모든 계열사에서 별도로 휴직 신청을 하지 않고도 출산휴가가 끝나는 시점에 자동으로 1년을 쉴 수 있도록 신청 절차를 개선했다. 본인 희망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만 회사의 별도 승인을 받아 휴직을 취소하도록 했다. 이 제도 도입 이전 59%이던 육아휴직 사용 비중은 91%로 껑충 뛰었다. 현재 연 700여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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