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창의 정치세계] 9부 능선 넘은 문재인이 질 수 있다?

입력 2017-05-02 16:57   수정 2017-05-02 18:50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대선 승리를 위한 9부 능선을 넘은 것 같다. 대선을 1주일 앞두고 2위와의 지지율 격차가 20%포인트 안팎까지 벌어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다. “문 후보의 대형 헛발질이 최대 변수”라고 할 정도로 현재로선 특별한 변수도 없다. 예상치 못한 대형 사고가 돌발하지 않는 한 문 후보의 대선 승리가 굳어지는 분위기다.

안 후보의 보수 이탈표를 흡수한 홍 후보는 이제 안 후보의 2위 자리를 넘보는 상황이다. 바른정당 의원 13명이 2일 홍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도 지지율 상승세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홍 후보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2, 3위 자리바꿈 가능성이 커졌다. 문 후보가 ‘홍 후보 무시전략’에서 벗어나 홍 후보를 공격하기 시작한 배경이다. 홍 후보가 보수층 지지를 결집하면 홍 후보가 막판 치고올라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안 후보와 홍 후보는 누가 2위자리를 차지하든 자력으로 20%포인트의 지지율 격차를 극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후보 등록 시점(D-23)에서 앞선 후보가 다 이겼다. 하물며 지금은 D-6이다. 문 후보는 흔들리지 않는 40%안팎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다.

2위 그룹이 문 후보와 박빙의 게임을 하려면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은 여러가지 조건이 한꺼번에 맞아떨어져야 한다. 김대중 후보(DJ)가 1997년 대통령이 될 때의 조건보다 더 힘들수도 있다. DJ는 적어도 세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졌다. 우선 보수 본색이라 할 수 있는 김종필 전 자유민주연합 총재(JP)와의 연합에 성공했다. 우여곡절을 겪은 1년여 협상의 결과였다.

그것만으론 부족했다.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의 지지율이 높았다. 양자대결로는 승산이 없었다. 누군가가 출마해서 이 후보의 표를 갈라먹어야 이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인제 경기지사(당시)가 ‘구세주’였다. 이 지사는 대선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뒤 탈당해 국민신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다. 그는 결국 19.1%를 득표해 DJ가 대통령이 되는 길을 열어줬다.

대선 막판에 대중성이 있는 박찬종 전 의원(변호사)의 거취도 작은 변수였다. “박 의원이 누구를 돕느냐에 따라 수 십만 표가 좌우된다”는 얘기가 당시에 돌았다. 박 전 의원은 이회창 후보를 돕는 쪽으로 거의 결론이 난 상태였다. 서명만 하면 끝나는 상황서 이회창 후보는 그를 잡지 못했다. 박 전 의원은 입장을 바꿔 이인제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회창 후보에 타격을 준 것이다. 김대중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굳히는 순간이었다.

97년 상황을 지금의 상황에 대입해보면 DJP연합은 안철수·홍준표 후보의 단일화에 해당한다. 두 후보는 현재 20%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문 후보에 20%포인트 뒤져있다. 두 후보가 단일화한다면 ‘박빙게임’이 예상된다. 두 후보 모두 완주 의지가 강해 가능성은 낮다. 홍 후보는 “안 후보가 완주하는 게 낫다”고 말한다. 호남표를 문 후보와 나눠가져야 해볼만하다는 계산이다. 안 후보는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표를 단일화 해달라”는 논리를 표심을 파고든다.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이지만 안 후보와 홍 후보의 단일화가 성사된다해도 여전히 문 후보 승리 가능성이 높다. 10%에 근접한 지지율을 확보한 심상정 후보가 사퇴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심 후보의 지지율이 10% 가까이 올라간 것은 문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진보세력이 다소 느긋한 입장에서 심 후보에 대한 ‘소신 지지’를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안 후보나 홍 후보가 단일화로 문 후보를 위협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진보 세력의 결집 차원에서 심 후보가 사퇴하거나 문 후보로 지지가 쏠릴 개연성이 다분하다. 결국 심 후보의 완주여부에 따라 판세는 달라질 수 있다. 97년 이인제 후보가 완주한 것 처럼 심 후보의 완주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 홍 후보의 역전은 어렵다는 얘기다.

97년의 박찬종 전 의원은 이번엔 유승민 후보와 바른정당에 비유할 수 있다. 바른정당은 후보 단일화를 놓고 사실상 양분된 상태다. 유 후보는 완주 의사를 거듭 밝혔다. 이에 반대하는 의원 13명은 탈당해 홍준표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미 이은재 의원이 한국당으로 복귀한 상태로 바른정당 의원 절반 가까이가 한국당으로 복귀한 셈이다. 바른정당이 뭉쳐서 안 후보와 홍 후보 중 한 후보를 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 같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조건들이 한꺼번에 다 맞아 떨어지지 않는 이상 안, 홍 후보의 역전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론적으로 문 후보의 승리로 이번 대선이 막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재창 정치선임기자 lee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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