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매장'만 내는 화장품 브랜드는?

입력 2017-05-02 17:26   수정 2017-05-04 18:01

호주 친환경 브랜드 이솝
이면도로 저층건물 입점 고수



[ 민지혜 기자 ] 화장품 매장은 대로변에 내는 것이 불문율이다. 눈에 잘 띄는 위치에 있어야 소비자들이 오가다 쉽게 들어와 제품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잡한 대로변이 아니라 골목에 매장을 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화장품 브랜드가 있다. 호주의 친환경 뷰티 브랜드 이솝(AESOP)이다.

이솝은 마니아층이 두터운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1987년 브랜드가 생긴 이래 지금까지 갈색 유리병 용기, 친환경 원료 및 포장지, 독특한 매장 콘셉트를 꾸준히 유지해왔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매장 위치에 대한 원칙이다. ‘5층 이하 건물일 것’ ‘복잡한 대로변이 아니라 이면도로에 위치할 것’ ‘지역 주민들과 최대한 밀접한 곳에 매장을 낼 것’이라는 원칙을 전 세계 매장에 적용하고 있다. 소비자를 가족처럼, 이웃 주민처럼 생각해야 한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제품을 빼곡하게 진열하지도 않는다. 원목 색감의 은은한 조명을 켜고 드문드문 제품을 놓는다.

매장마다 각기 다른 콘셉트로 마치 미술관처럼 꾸민다는 점도 색다르다. 일반적으로 뷰티 브랜드들은 확고한 브랜드 콘셉트를 알리기 위해 모든 매장에 통일된 인테리어를 적용한다.

100% 호주 본사에서만 생산하기 때문에 가격은 비싼 편이다. 200mL 페이스 클렌저가 5만6000원, 50mL 샴푸가 6만5000원대다. 그러나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재활용 소재로 용기 및 포장지를 만드는 등 환경보호에 앞장선다는 이미지 때문에 마니아층이 두텁다. 이솝 제품은 출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가지도 단종된 게 없다. 대신 1년에 신제품은 보통 2~5개 정도 내놓는다. ‘비슷한 기존 제품이 있다면 그걸 업그레이드하는 게 소비자에게 이득’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수백개의 신제품을 쏟아내는 뷰티업계에선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솝코리아 관계자는 “친환경 원료로만 헤어샴푸를 만든 창업자 데니스 파피티스의 경영철학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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