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길 잃은 서울대, 이러려고 법인화했나

입력 2017-05-03 17:35  

시흥캠퍼스 설립을 둘러싼 서울대 학내 갈등이 극단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학생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행정·사법적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담화를 냈고, 총학생회는 점거 농성 고수로 맞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학생들의 본부 점거 농성과 강제 해산, 연좌 농성과 재해산에 이은 본관 재점거에서 보듯 서울대 사태는 해결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대학 개혁을 선도해도 부족할 서울대가 어쩌다 학내 갈등 하나 해결하지 못해 이 지경이 됐나.

불법행위는 어디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학교 당국이 얼마나 원칙을 갖고 대응했는지 의문이다.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끌려다니다 보니 사태가 오히려 더 커지는 것이다. 학교 측에서는 “일부 극렬 학생들이 문제다” “누군가 밖에서 조종하는 것 같다”고 얘기할 뿐, 누구 하나 용기 있게 나설 생각조차 않는다. 총장과 교수는 뭐 하러 있는 존재들인가. 그저 학생들 눈치나 살피며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나오니 국내 최고 대학이 포퓰리즘 정치판 내지 무정부 상태를 방불케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시흥캠퍼스가 학교와 학생 간 갈등의 대상이 된다는 것 자체도 그렇다. 수익사업 때문이라는데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서울대는 더 이상 옛날의 서울대가 아니다. 법인화한 국립대다. 이를 통해 자율 확대와 함께 자체적 재정확충 수단 확보를 기대했던 것 아닌가. 법인화 전에는 국유재산법에 따라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던 수익사업에 새로운 길이 열렸으면 이를 최대한 활용해야지, 이걸 두고 갈등을 빚는다는 게 말이 되나. 자기모순이다.

서울대는 지금도 정부지원금만 매년 4500억원을 받는다. 이 돈이 언제까지 지속된다는 보장도 없다. 더구나 야당 일각에서는 서울대 폐지론까지 들먹이는 마당이다. 서울대가 뼈를 깎는 구조개혁을 하지 않으면 언제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른다. 위기의식을 가져도 시원찮을 판에 시흥캠퍼스를 둘러싼 학내 갈등은 자해행위나 다름없다. 성 총장은 직(職)을 걸고 이번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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