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집단토론에서 가장 모범적
심상정, 자기생각 논리적으로 전달
홍준표, 과도하게 자기 부각시켜
문재인, 중요질문 피해간다는 느낌
안철수, 생각 전달하는 능력 최하위
[ 노경목 기자 ]
“어떤 후보를 뽑을지보다 집단토론이라는 면접 방식의 장단점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지난 2일로 끝난 여섯 차례의 대선후보 TV토론회를 지켜본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의 말이다. 한두 가지 주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기업체 면접전형의 집단토론과 대선후보들의 TV토론회는 비슷한 점이 많다. 한국경제신문은 집단토론에 남다른 경험과 변별력을 갖고 있는 기업 인사팀장 및 실무자들을 통해 대선후보들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우선 집단면접에서 가장 두드러진 후보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꼽았다. A사 관계자는 “집단면접은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조리있게 말하는 것이 핵심 평가지표”라며 “이런 관점에서 유 후보가 가장 모범적이었다”고 평했다. 또 B사 관계자는 “심 후보도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해 듣는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다만 집단토론에선 여성이 남성보다 유리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여성은 남성보다 목소리 톤이 높고 발음도 정확해 같은 말을 해도 남성 지원자보다 우수하게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일부 기업에서는 정확한 평가를 위해 집단토론을 없애기도 한다”고 전했다.
반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언성을 지나치게 높여서는 안 된다’는 집단토론의 금기를 깼다는 지적을 받았다. C사 인사팀장은 “자신의 보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전략을 구사했을 수 있겠지만 개인 이미지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토론 태도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A사 관계자는 “중요한 질문에 명확한 견해를 내지 않고 피해 간다는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며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기 힘든 지원자를 좋아할 면접관은 없다”고 평했다. B사 인사담당자는 “요즘 지원자들은 사전 스터디 등을 통해 집단토론 요령을 충분히 숙지하고 나오기 때문에 현실에선 문 후보나 홍 후보 같은 토론 자세를 가진 지원자를 발견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집단토론에서 가장 큰 손해를 볼 유형으로 꼽혔다. C사 인사팀장은 “기업이나 경제활동에 대한 이해가 가장 높아 보였지만 그것을 말로 전달하는 능력은 최하위였다”며 “명문대나 유학파 출신 지원자들 중에 종종 보이는 유형”이라고 했다. B사 관계자도 “과거 이력을 모두 비밀에 부치고 면접만으로 뽑는다면 채용 여부를 가장 고민하게 될 사람”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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