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대세상승…"실적·경기 훈풍 탔던 2004년 재현 기대"

입력 2017-05-04 17:34   수정 2017-05-05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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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주식이다

1989년 첫 1000 돌파…90년대까지 롤러코스터 장세
적립식펀드 열풍 힘입어 2004년 기관 장세 시작
환차익 노린 외국인 유입…증시 수급구조 탄탄해져
지루했던 '6년 박스피' 탈출



[ 조진형 / 윤정현 / 강영연 기자 ] “경기 회복과 함께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서 주가가 오른다는 점에서 2004~2007년 상승장과 닮았다. 박스권을 뚫었다는 측면에서도 비슷하다.”(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한국 주식시장엔 그동안 다섯 차례의 큰 상승장이 있었다. 1980년대 후반 ‘트로이카(금융·건설·무역) 장세’를 시작으로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을 주기로 상승장이 반복됐다. 4일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2240선을 밟으면서 여섯 번째 상승장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90년대 상승장은 ‘롤러코스터’

한국 증시가 1000선을 처음 밟은 때는 1989년 3월이었다. 저금리·저유가·저달러(원화 강세)의 ‘3저 호황’을 등에 업고 주가는 130선에서 단숨에 1000선을 넘어섰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촉발된 ‘걸프 사태’로 유가가 치솟으면서 주가 폭락 사태를 겪은 뒤 1992년 다시 상승장이 찾아왔다. 그해 초 외국인 직접투자를 허용한 뒤 1994년 말까지 중국 및 동남아시아 경제 성장과 함께 경기도 호황을 누렸다. 반도체 등 설비투자 붐이 일었던 시기였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주가지수 300선까지 밀렸던 시장은 위기 극복 직후인 1998년부터 벤처기업 열풍을 앞세워 1000선을 회복했다. 이때까지 상승장은 모두 지수 1000선을 넘었다가 급락하는 ‘롤러코스터’ 장세였다. 개인투자자 주도의 시장이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선 시장 상황이 급변했다. 2004년부터 2007년 말까지 지속된 강세장에서 처음으로 지수가 2000선을 넘어섰다. 경기 호황과 함께 기업 실적이 좋아졌다. 기관투자가 주도로 증시 수급 여건도 개선됐다. 적립식펀드 열풍이 불었고, ‘큰손’ 국민연금이 주식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세계 각국이 돈을 풀어 경기 부양에 팔을 걷어붙였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이 크게 좋아졌다.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으로 대표되는 대형 수출주가 장을 이끌었다. 코스피지수는 2011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6년 동안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일자리·소비 확대 선순환 기대”

코스피 역사를 새로 쓴 올해 상승장은 2004년 무렵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많다. 금리 인상이 세계 경기 회복의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기업 실적까지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금 시장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반영해 시장 금리가 오르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2004년 6월 연 1.00%까지 내려갔던 기준금리를 2년여에 걸쳐 연 5.25%까지 올렸다. 시중 자금은 주식시장으로 대거 유입됐다.

올해 한국 증시에선 원화 강세에 따른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매수세 유입이 지속될 전망이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무역수지, 경상수지 흑자 행진을 감안했을 때 원화 강세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증시 안정성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외국인과 기관 위주로 수급 구조가 재편된 데다 상장지수펀드(ETF) 주식연계증권(ELS) 등 간접상품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과거 상승장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저성장 경기 사이클’로 접어들었다는 데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과거 고성장 국면에서는 주도주에서 다른 종목군으로 골고루 상승세가 퍼졌지만 지금은 삼성전자 등 일부 종목만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진형/윤정현/강영연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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