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김동윤 기자 ]
북한 핵문제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중국과 북한이 관영 언론을 동원해 상호 비방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초 정상회담 이후 미국과 중국이 공조, 북핵 해결을 위해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자 북한은 중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북·중 ‘혈맹관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일 ‘김철’이란 필명으로 발표한 논평을 통해 “중국 정치인과 언론인들이 걸핏하면 거론하는 ‘국가적 이익 침해’와 관련해 우리가 할 말이 더 많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상대의 배신적인 행동으로 국가의 전략적 이익을 거듭 침해당한 것은 결코 중국이 아니라 우리 공화국”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함께 대북 제재에 나서려는 중국의 움직임에도 “조·중(朝·中) 관계의 근본을 부정하고 친선의 숭고한 전통을 말살하려는 용납 못 할 행동”이라고 맹비난했다. “조·중 친선이 아무리 소중해도 목숨과 같은 핵과 맞바꾸면서까지 구걸할 우리가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그동안 중국을 비난할 때 ‘주변국’ 또는 ‘이웃 나라’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런 점에서 조선중앙통신 논평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외교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중국은 즉각 반박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4일자 칼럼을 통해 “평양(북한 지도부)은 핵문제와 관련해 비이성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고 맞받아쳤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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