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징역형 최소화 수단인데 '부자 가중처벌'로 변질 우려

입력 2017-05-05 18:38   수정 2017-05-06 06:41

문재인 후보 '차등벌금제 공약' 문제 없나

아시아 국가선 도입사례 없어
법적 정의·소득 산정 등 논란



[ 고윤상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4일 민생사법 분야 공약을 발표하면서 포함시킨 ‘차등벌금제(일수벌금제)’ 도입 계획이 논란을 빚고 있다.

일수벌금제는 1921년 핀란드에서 처음으로 도입됐다.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법정형이 극도로 낮아지는 데 대한 대응책이었다. 인플레로 ‘100만원 벌금형’이 ‘1만원 벌금형’과 진배없어진 데 따른 보완조치였다. 이후 노르웨이 덴마크 스위스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프랑스 폴란드 헝가리 등 유럽 국가와 페루 멕시코 브라질 쿠바 등의 남미국이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우리 법조계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범죄와 관련 없이 축적한 부를 양형에 따라 희생하는 것이 법적 정의에 맞지 않는다는 반론이 많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헌법 소원 등이 잇따를 수밖에 없는 논쟁적 사안”이라고 했다. 소득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를 두고 치열한 다툼도 불가피하다. 한 세무전문 변호사는 “소득산정을 둘러싸고 소송이 소송을 불러 변호사들 배만 불릴 것”이라고 했다. 유럽이나 남미와 법률 체계가 다른 아시아에서는 도입국가를 찾기 힘든 이유다. 미국에서도 1988년 이후 일부 소수 지역에서 시범도입한 정도다.

문 후보가 일수벌금제를 ‘가진 자’에 대한 징벌수단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의 일수벌금제는 단순히 부자를 가중징벌하는 취지가 아니다. 오히려 벌금형 범위를 넓혀 교도소에 갈 만한 범죄도 소득에 따른 벌금으로 대신하도록 허락하는 의미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인식 구속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일수벌금제가 도입됐다는 것이다. 독일 등 최대 벌금일 수를 360일 혹은 그 이상으로 규정한 나라는 징역 1년 이상에 처할 범죄에 대해서도 일수벌금형제를 대안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수벌금제가 재산 관련 범죄에 많이 선고된다는 점도 고려할 대목이다. 기업인의 재산 범죄에 대해 징역형을 강화하려는 우리의 법률적 흐름과 모순된다는 의미다. 문 후보 자신도 기업인 범죄의 강력처벌을 주문해왔다. 법률가인 문 후보의 갑작스러운 주장이 세수 확보를 위한 준조세적 정책이 아니냐는 해석도 그래서 나온다.

■ 차등벌금제(일수벌금제)

범행 경중에 따라 일수를 정하고 재력에 따라 일수당 정액을 매겨 벌금액을 정하는 제도. 소득이 높으면 내야 하는 벌금이 더 많아진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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