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공약 비교] 임금격차 해법은 문재인 "호봉제→직무급 중심"…안철수 "직무형 정규직 도입"

입력 2017-05-05 19:42  

차기정부서 '직무급 임금체계' 확대되나

文, 노사 합의기구서 산업별 직무급 산정
安, 8개 공공부문 중심으로 우선 도입
노조 거센 반발 불보듯…실현성엔 의문



[ 심은지 기자 ]
문재인(더불어민주당) 안철수(국민의당) 등 주요 대선후보가 ‘공정임금’과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노동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대선후보들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방안으로 근로자의 임금체계를 연공급(일명 호봉제)에서 직무급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공약도 공통적으로 내놓았다. 직무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직무급 임금체계를 확대하면 동일 노동을 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차별이 줄어들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연공급 체계가 임금 격차 늘려”

임금체계는 임금을 결정하는 요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연공급(근속연수) △직무급(직무 특성, 난이도 등) △직능급(숙련도, 경력 등) △역할급(역할의 등급) △성과급(개인 및 집단의 성과) 등으로 나뉜다.

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근로자 100명 이상 사업장 6600곳 가운데 71.8%(복수 대답 가능)는 연공급 임금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직무급을 도입한 사업장은 26.8%로 30%에도 못 미친다.


국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커진 이유는 이처럼 연공급 임금체계 비중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연공급 체계에서 정규직은 근속연수에 따라 높아지는 임금을 받지만 1~2년 단기 근무를 하는 비정규직은 계속 낮은 임금을 받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불공정거래 금지를 법제화하는 것 외에 직무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직무급 임금체계는 직무 특성과 난이도 등에 따라 임금을 주기 때문에 동일 직무를 수행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을 차별할 수 있는 근거가 연공급 체계에 비해 크게 약화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구체적 대안은 당별로 달라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을 통해 직무급 임금체계를 확대할 것인지에 대해선 당별로 차이가 난다.

민주당은 노사 합의기구를 조직해 시장임금과 배분임금(이익공유분)을 분석한 뒤 ‘산업 단위의 표준 직무급 체계’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정길채 민주당 노동전문위원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임금을 추가하는 방식이나 공공부문 용역에 적용하는 ‘시중노임단가’에 반영된 직무급을 응용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CS는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직무를 국가가 체계화한 것으로, 887개의 세부 직무가 있다.

국민의당은 ‘직무형 정규직’(직무에 따라 급여를 받지만 특수 상황에서 해고가 가능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 형태)을 신설해 직무형 체계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노동자·사용자·정부(노사정)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직무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직무별 시장 임금 분석을 선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영삼 국민의당 정책연구위원은 “기존 연공급 정규직의 저항을 막기 위해 보건 서비스 분야의 사용복지고용공단을 세워 우선적으로 8개 공공부문에만 직무형 정규직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

유력 대선후보들이 앞다퉈 공약을 내놓은 만큼 차기 정부에서 직무급 임금체계 확대를 놓고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공약대로 직무급 체계가 일선 현장에 원활하게 도입될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근로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직무급 체계를 도입하려면 직무 범위를 정확하게 분석·파악하고 어떤 직무가 다른 직무보다 무슨 근거에서 더 많은 임금을 받아야 하는지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근로자의 저항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노동 전문가는 “박근혜 정부가 각종 지원책을 제공하면서 성과연봉제를 확대하려 했지만 노조는 기업의 자의적 평가 가능성 등을 근거로 극심하게 반대했다”며 “성과연봉제도 그렇게 반발했는데 노조가 직무급 임금체계를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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