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가 대선 후보 공약 분석해보니①]"기업 지배구조? 개선해야 한다!" 한 목소리

입력 2017-05-06 08:00  

[ 김은지 기자 ]
대한민국의 차기 대통령을 결정 짓는 장미 대선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유력 대권주자를 가리는 유권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한 가운데 시장은 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금산분리 정책에 큰 관심을 표하고 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대선주자들이 '경제민주화'를 앞세운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한 목소리를 내면서 기업은 물론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 '기업 지배구조' 개선, 각 후보별 공약 들여다보니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19대 주요 대선 후보자들의 공통된 공약이다. 주요 대선 후보들이 재벌개혁을 기치로 지배구조 개편에 칼을 빼들었다.

문재인 후보는 "재벌개혁의 목표는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고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라며 "목표는 기업 스스로 성장하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안철수 후보와 심상정 후보도 "정경유착을 척결하고 재벌개혁을 반드시 하겠다"고 강조했다.

세 후보가 제시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은 다중대표소송제, 전자투표제, 집중투표제 도입이다. 다중대표소송제란 모회사 주주가 불법 행위를 한 자회사 혹은 손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걸 수 있는 제도다.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되면 상장 기업의 소송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소액주주의 권리가 높아지고 지배구조가 투명해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직접 주총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온라인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를 선임할 때 소액주주의 의견을 반영하기 쉽도록 만든 장치다. 친 기업 성향인 홍준표 후보도 다중대표소송제와 전자투표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집중투표에 대해서는 홍 후보, 유승민 후보가 모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안 후보와 심 후보는 감사위원 분리선임도 주요 공약에 포함했다. 대주주가 뽑은 이사 중 감사위원을 선출하지 않고 독립적인 지위를 가진 감사위원을 별도로 선임해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제도다.

◆ 지배구조 개편, 시장 영향은 얼마나?

대선 후보들의 지배구조 개편 공약에 시장은 긍적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기업의 투명한 경영구조와 함께 시장 질서도 확립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 투자에 있어 주목할 점은 지배구조 변화 동력(모멘텀)이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미래 가치가 변할 수 있어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원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후보들의 공약이 100% 시행되는 것에 의미를 두기보다 이러한 움직임 자체가 우리나라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에 따른 주주권 강화는 모든 대기업 집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다.

지배구조 개편이 대부분의 대기업에 영향을 미친다면 지주사 요건 강화는 SK그룹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쳐진다. 지주회사와 관련한 대선 후보자들의 공통 공약은 자회사의 최소 지분율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다. 현행 지주회사 행위 제한 요건은 자회사, 손자회사 지분에 대해 상장사 20%, 비상장사 40% 이상 보유를 의무화한다. 이를 상장사 30%, 비상장사 50%로 높여 지배권을 강화하겠다는 것.

이 연구원은 "지난해 말 기준 SK그룹은 상장 자회사인 SK텔레콤의 지분을 25.2%, 비상장 자회사인 SK건설 지분을 44.5% 보유 중이다"며 "만약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각각 4.8%, 5.5%의 지분을 추가로 보유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현대중공업 등 지주사 전환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했다.



◆ "금융이 재벌의 금고 되어선 안된다"…금산분리 강화될까

문재인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 강화 방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금융권은 물론 대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금융이 재벌의 금고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금산분리 강화 정책을 발표했다. '재벌 소유 제2금융권의 재벌 지배 독립'을 핵심으로 금융계열사의 타 계열사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계열사 간 자본 출자를 자본적정성 규제에 반영하는 통합금융감독시스템 구축을 제시했다.

심상정 후보는 금산분리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보험업법 개정을 약속했다. 현재 보험사의 자산운용비율 산정 시 보험사는 보유 중인 유가증권을 취득 원가로 계산하는데 이를 시가로 계산해 다른 업권과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갖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모두 매각해야 한다.

현대차 롯데 한화 현대중공업 등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원 연구원은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상 비금융주력자로 표현되는 비금융계열사에 은행에 한해서만 '4%룰'을 적용하고 있다"며 "제2금융권 계열사 지분 보유는 제재 사항이 아니지만 만약 금산분리 강화로 출자·피출자에 대한 규제가 강해진다면 삼성그룹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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