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 푸른 초원의 칠레 토레스 델 파이네
지구 반대편. 30시간이 넘는 긴 비행시간. 한국에서 갈 수 있는 가장 먼 여행지인 남미 남부에는 긴 여정을 감수하고서라도 꼭 방문해야 할 만큼 환상적인 풍경이 있다. 남미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한 칠레 남부 파타고니아에 있는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이 바로 그곳이다. 사계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토레스 델 파이네는 다가갈수록 대자연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에 경탄을 금치 못한다. 독특한 모양의 화강암 봉우리가 겹겹이 이어지면서 그림 같은 산세를 만들고, 그 사이를 거대한 빙하와 빙하가 녹아내린 투명색 호수가 자리하면서 초자연적인 풍경을 내보이기 때문이다.
1978년 유네스코 생물권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토레스 델 파이네는 바다로부터 해발 3050m 높이에 있으며, 약 1200만년 전 지각변동이 일어난 땅을 빙하가 휩쓸고 지나가면서 만들어졌다. 토레스 델 파이네의 ‘토레’는 ‘탑’을 뜻하는 스페인어이며 ‘파이네’는 파타고니아 지방 원주민 언어로 ‘파란색’이라는 뜻이다. 화강암으로 이뤄진 뾰족한 뿔 모양의 봉우리가 맑은 날에 파란 탑처럼 보여 파란 탑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파란 탑의 초자연적인 풍광 덕분에 토레스 델 파이네가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변화무쌍한 날씨가 여행의 큰 변수
토레스 델 파이네는 날씨가 맑은 날에는 아름다운 경관을 있는 그대로 만끽할 수 있지만, 변화무쌍한 날씨 탓에 이곳의 상징인 파란 탑이 구름 속에 며칠씩 가려지기도 한다. ‘하루에 사계절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불리기도 하는 토레스 델 파이네는 폭우와 폭설이 내리는 경우가 많다.
토레스 델 파이네의 트레킹 코스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구간은 W구간이다. 4~5일가량의 일정이 소요되는 W구간은 토레스 델 파이네의 동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하는 트레킹 코스다. W구간의 가장 큰 볼거리는 레푸히오 라스 토레스와 라스 토레스 전망대 사이로 형성된 등산로다. 4~6시간에 걸쳐 토레스 델 파이네의 상징인 화강암 봉우리 ‘파란 탑’의 전경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사계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프랑세스 계곡도 여행객에게 사랑받는 장소다. 날카롭게 뻗어 있는 침엽수와 아름답게 핀 야생화, 힘차게 흐르는 계곡, 멀리 보이는 설산 등. 신의 은총을 받은 듯 사계절이 공존하는 모습이 신비롭고 아름답다.
카약과 승마를 통해서도 토레스 델 파이네를 돌아볼 수 있다. 반나절 동안 토레스 델 파이네의 핵심 명소를 돌아본다.
살아 숨쉬는 빙하, 페리토 모레노
파타고니아는 빙하를 직접 구경할 수 있는 빙하 관광지이기도 하다. 파타고니아에서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빙하 관광지는 아르헨티나 남부 소도시 엘 칼라파테 인근에 있는 로스글레시아레스 국립공원의 페리토 모레노 빙하다. 토레스 델 파이네의 거점지역인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엘 칼라파테까지는 자동차로 4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하루 두 차례 기차편도 운행한다.
코발트색의 아름다운 빙하인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길이 35㎞, 높이 60m에 이르는 거대한 빙하다. 1981년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남극과 그린란드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빙하인 파타고니아 대륙 빙하에서 떨어져 나왔다. 페리토 모레노 빙하가 전 세계 여행객을 끌어모으는 이유는 거대한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보는 이를 흥분하게 만드는 살아 숨쉬는 빙하이기 때문이다. 빙하 앞 전망대에서 기다리면 날카롭게 뻗어 있는 빙하 봉우리가 떨어져 나가 부서지면서 거대한 물살을 일으키고 천지를 울리는 깊은 파열음을 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작은 해일이 일어나고 빙하가 호수를 향해 고요하게 움직인다. 빙하의 중심부는 하루 평균 2m씩 호수 쪽으로 밀려나간다.
빙하 트레킹, 유람선 빙하 관광 이채
페리토 모레노 빙하에서 빙하 위를 걷는 빙하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옐로 이 아벤투라 여행사에서 독점으로 운영하고 있는 빙하 트레킹 프로그램 ‘빅 아이스 트레킹’을 이용하면 4~5시간 동안 빙하 트레킹을 할 수 있다. 빙하지역을 여러 차례 다녀온 전문 가이드가 빙하 트레킹을 인솔한다. 30분가량 빙하 주변을 돌아보는 모레노 빙하 보트 투어도 특별한 빙하 체험을 선사한다. 바로 앞에서 빙하를 관람할 수 있기 때문에 전망대에서 감상하는 느낌과 사뭇 달라 여행객에게 인기가 높다.
아침에 반데라 항구에서 출발해 반나절 동안 페리토 모레노 빙하, 웁살라 빙하, 스페가지니 빙하 등을 돌아보는 로스글레시아레스 유람선 빙하 투어도 있다. 유람선 빙하 투어를 하는 동안 아르헨티노 호수 위로 수많은 유빙이 떠다닌다. 거대한 성벽처럼 우뚝 솟은 웁살라 빙하와 산 정상부터 호수까지 빙하가 이어진 스페가지니 빙하까지 환상적인 빙하의 비경이 펼쳐진다.
우동섭 여행작가 xyu2000@naver.com
여행 팁
정성여행이 ‘남미핵심정통일주 26일’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칠레 토레스 델 파이네, 아르헨티나 페리토 모레노 빙하뿐만 아니라 남미 대표 여행지인 페루 마추픽추,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브라질-아르헨티나 이구아수 폭포,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등도 함께 둘러본다. 노 쇼핑, 노 옵션. 가격 1899만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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