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직후 IT거물들 대거 초청
이재용 부회장 불참에 '불쾌'
차기 정부 출범 앞두고 기선제압
워싱턴 정가에선 해석 분분
[ 박수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드 비용 한국 부담’ 발언을 한 이후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비용 10억달러(약 1조 1365억원)를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말해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부지는 한국이, 사드 운용 비용은 미국이 부담하기로 양국이 합의한 상태였기에 그의 폭탄성 발언 배경을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하다.
7일 백악관 사정에 밝은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비용 문제를 갑자기 들고 나온 데는 적어도 세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가 양국 간 합의 내용을 알고도 돌발 발언을 한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는 지난해 12월14일 백악관에서 열린 ‘테크서밋’ 행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트럼프 당선자는 애플 구글 아마존 등 14개 정보기술(IT) 대표 기업 경영자를 뉴욕 트럼프타워에 초청해 미국 내 투자와 고용 창출을 당부했다.
외국 기업 경영자 중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일하게 초대받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조사 때문에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출국금지 조치를 받았다. 백악관 소식통은 “트럼프 당선자 측이 이 부회장의 참석을 여러 경로를 통해 당부했으나 무산됐고, 이에 대해 당선자 측이 불쾌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이 여러 정황상 탄핵까진 몰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박 전 대통령이 좌파 정치인과 언론에 의해 탄핵된 데 상당한 ‘동병상련(同病相憐)’의 감정을 느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NBC CNN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 주류 언론과 ‘전쟁’을 치렀다. 당선 후에도 언론과 ‘허니문(대통령 취임 초 언론과의 밀월 기간)’ 없이 대립각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차기 정부와 예상되는 불편한 관계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차기 한국 대통령 유력 후보가 사드 배치에 부정적 인식을 보이고 있어 한국의 비용 부담 얘기를 불쑥 꺼냈다는 것이다.
한·미 외교관계에 밝은 한 학계 관계자는 “차기 정부는 실리 외교 차원에서라도 트럼프 행정부와의 오해와 갈등을 푸는 발 빠른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한국을 통하지 않고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선다면 한국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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