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굣길 문구점 앞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게임에 열중하는 모습, 500원짜리 과자를 고심 끝에 고르던 모습, 아침에 허겁지겁 준비물을 사가는 모습 등 자연스럽게 문구점으로 이어지던 발길은 이제 더 이상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2011년부터 교육청에서 학생마다 연간 2만원어치의 학습 준비물을 지원하면서 문구점 수요가 반 토막이 난 것이다. 더구나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대형마트의 마케팅 앞에 문구점은 속절없이 무너진다.
문구점 폐업 다음으로 이어지는 문제점은 그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동네 문구점을 운영하는 연령대는 대부분 50~70대다. 그중 다수는 오랫동안 문구점을 운영해 와 그것이 유일한 생계수단이기 때문에 대형마트, 인터넷 쇼핑, 교육청의 다양한 지원 정책에 밀려 사라지는 문구점 주인들은 그저 착잡할 따름이다. 하지만 정부는 2015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문구 소매업을 지정하는 등 문구점 주인들의 심경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것이고, 문구점 같은 ‘직접 거래’ 방식의 점포들이 하나둘 문을 닫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이 지금과 같이 누군가에게 나쁜 기억으로 남는다면, 인간을 대체할 여러 인공지능과 기계에 대한 생각들 또한 부정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제2의 ‘러다이트 운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는 철저한 대비와 상호간의 배려를 통해 이 커다란 변화의 물결을 자연스럽게 맞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인식적인 측면은 정부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유념해야 한다. 많은 직종의 자영업자들이 시대 흐름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을 통해 응원하고,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문구점 폐업세일에서 필요한 학용품을 싸게 샀다며 기뻐하는 소비자들 모습 뒤편에 감추어진 주인들의 씁쓸한 표정은 우리 사회가 보듬어주어야 할 이면이다. 정부와 국민의 관심으로 아쉬움 가득한 이별을 아름답고 따뜻한 이별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곽선진 생글기자(인천하늘고 2년) sj745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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