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파운드리 분사로 18년만에 분리되는 현대전자와 LG반도체

입력 2017-05-08 18:07   수정 2017-05-09 09:40



(노경목 산업부 기자) 지난달 26일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부 분사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전체 매출 대비 1%도 안되는 사업부지만 파운드리 사업이 갖는 상징성 때문에 눈길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는 또 다른 상징성이 있습니다. 바로 SK하이닉스의 전신인 옛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완전히 분리된다는 점입니다.

SK하이닉스는 1999년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합병으로 큰 틀이 만들어진 회사입니다. 외환위기 직후 각 대기업 집단이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육성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단행된 이른바 ‘빅딜(big deal)’의 결과입니다. LG그룹이 LG반도체를 넘기고, 현대그룹은 이를 받아 현대전자의 이천 공장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행해졌습니다. 이같은 빅딜에 마음이 상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이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의에 불참하기 시작했다는 건 재계에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LG반도체가 있던 곳이 바로 SK하이닉스 파운드리 사업부가 사용하고 있는 M8라인입니다. 청주공장의 절반은 2004년 매그나칩반도체를 분사하며 이미 SK하이닉스에서 떨어져 나갔습니다. 나머지 절반까지 SK하이닉스의 자회사로 떨어져 나가면서 둥지를 떠나게 됐습니다.

SK하이닉스는 탄생 시점부터 현대전자의 이천 공장은 메모리를, LG반도체의 청주 공장은 시스템반도체를 주력으로 삼았습니다. 이같은 두 공장의 색깔은 18년 뒤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지금까지 바뀌지 않았습니다. 두 공장에는 각각의 노동조합이 결성돼 있는 등 직원들 사이의 거리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결과론이지만 돌이켜보면 1999년 빅딜은 반도체 업계의 생태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메모리를 주로 생산하는 현대전자에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붙였다고 해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시스템반도체 사업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SK하이닉스측은 파운드리 사업 분사의 이유로 “사업 의사결정과 자원이 메모리에 치우치다 보니 파운드리를 제대로 육성하기 어려웠다”고 했습니다. 그룹 차원에서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던 LG에 남겨두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입니다.

파운드리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의 주문을 받아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고 할 센서 및 연산 관련 칩을 생산합니다. 필요로 하는 반도체의 종류가 갈수록 다양해지면서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다행히 분사되는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사업부는 생산설비와 미세화 능력에서는 국내 최고 수준입니다. 아무쪼록 SK하이닉스 청주 공장 직원들의 전도가 밝기를 기원합니다. (끝)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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