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세론' vs '대역전극'…장미대선 향배는?

입력 2017-05-09 10:30   수정 2017-05-11 12:52

'샤이 보수' 등 부동층 표심 변수…"투표함 열어봐야"



[ 김봉구 기자 ] 대선 정국 내내 이어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세론’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노리는 ‘대역전극’ 중 어느 쪽이 현실이 될지는 9일 투표로 판가름 난다.

그간 문 후보는 독주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30~40%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민주당 경선 주자였던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과의 경쟁을 거쳐 한때 안철수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지만 흔들림 없는 지지율을 유지했다.

이번 대선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촉발됐고 예년에 비해 선거기간도 짧았던 특성상 ‘준비된 후보’라는 문 후보 측 어필은 주효했다. 다른 후보들 지지세가 등락을 거듭할 때에도 안정적으로 자신의 페이스를 가져간 것이 최대 강점으로 꼽혔다.

선거전 막판에는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에서 ‘투대문(투표해야 대통령이 문재인)’으로 기어를 바꿔 넣었다. 유권자들에게 “압도적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과반 득표로 정권 교체에 성공해 ‘적폐 청산’의 동력원으로 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시적으로나마 문 후보를 위협한 것은 ‘안풍(安風)’이었다. 안 후보는 지난달 초 문 후보의 지지율에 근접했다. 가상 양자대결 구도에서는 역전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안 후보 본인이 되풀이 강조해 온 ‘문·안 대결’이 현실화하는 듯했다.

그러나 양자 구도는 오래 가지 못했다. ‘반문 연대’의 구심 격으로 안 후보에게 지지가 몰렸으나 곧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자신했던 TV 토론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안찍박(안철수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 같은 네거티브 공세에도 흔들렸다.

결과적으로 후보 단일화 등의 문재인 대세론을 깰 변수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국민의당이 전통적 야권 텃밭인 호남을 토대로 하면서도 대선 승리를 위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를 공략해야 하는 ‘이질적 지지층 딜레마’가 발목을 잡았다.

문재인 대항마를 기대하면서 안 후보에 몰렸던 보수층 지지도가 빠지면서 반대급부로 홍 후보가 치고 올라왔다. “좌파 정부 집권을 막겠다”는 선명한 기치를 내걸고 자극적 언사도 불사하면서 보수 우파 재건에 나선 점이 보수층 유권자에게 먹혔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 안 후보와 홍 후보의 지지율은 2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실버 크로스’까지 갔다.

이날 대선 당일까지 ‘깜깜이 모드’에서 15~30% 정도로 추정되는 부동층 표심이 누구에게 얼마나 이동했을지, ‘샤이 보수’의 전략적 선택은 어떻게 나타날지가 마지막 변수로 남았다. 대역전극을 공언한 안 후보와 홍 후보가 기대를 거는 대목이다.

만약 문·안·홍 후보가 박빙 상황으로 갈 경우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득표율에 따라 당락이 갈릴 수 있다.

현실적으로 당선권과 거리가 있는 유 후보와 심 후보는 TV 토론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5~10% 내외 득표율까지 바라보고 있다. 각자 홍 후보, 문 후보와 인접 지지층을 갖고 있어 일정 수준 이상 득표하면 사실상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게 된다.

문 후보의 대세론에 무게가 실리지만 이러한 변수들을 감안하면 결국 투표함을 열어봐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4~5일 진행된 사전투표를 포함한 이날 오후 8시까지의 최종 투표율이 80%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개표율이 70~80%에 이르는 10일 오전 2~3시께 당선인 윤곽이 나올 예정이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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